고 병 성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나는 걸핏하면 속이 쓰려….”

“배가 늘 더부룩해.”

“내가 아는 사람은 속이 아파서 위장약을 계속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위암 이었대.”

위장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만성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너무 흔하기 때문인지 많은 분들이 심각한 병으로 여기지 않는것 같습니다. 스스로 처방한 소화제, 제산제 등만 먹다가 병을 키워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소화불량은 단순히 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기능성 위장장애에서부터 위염, 위·십이지장 궤양, 위암 등과 관련이 있으므로 질환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화성 궤양의 주 원인이 되고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헬리코박터를 잡아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내의 점액 층에서 살고 있는 나선모양의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만성 위염, 위·십이지장 궤양, 위암, 위림프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5% 이상과 위궤양 환자의 70%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검출되고 있고, 최근에는 위암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성인의 60% 이상이 이 균에 감염되어 있고, 감염자의 일부에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 만성 위염, 위암, 위 림프종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염경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주 감염경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구강-구강 전파, 대변-구강 전파 등이 있습니다.

특히, 타액이나 입을 통해 감염될 확률이 높습니다. 가족 내에서의 감염이 많으며 특히 어린이의 감염은 주로 감염된 어른에게서 전염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조리되지 않은 야채 섭취나 공동상수원 사용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술잔을 돌리는 습관 및 어른이 음식을 씹어서 아기의 입에 넣어주는 일도 있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타납니다.

◇헬리코박터, 소화성궤양의 주범

헬리코박터균은 급·만성위염을 일으키고, 위·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인자이며 위암 및 위 림프종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소화성 궤양 환자 및 위암환자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양성률이 정상인에 비해 높고, 치료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소화성 궤양의 치유가 촉진되며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하게 됩니다.

◇ 진단 및 치료방법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는지의 여부는 내시경검사, 요소호기검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검사는 신뢰하기 어려운 검사이므로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서 질병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므로 감염이 확인된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어 있으면서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경우나 위림프종 환자, 조기 위암의 내시경적 절제 후엔 꼭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궤양환자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위궤양 약만 복용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죽지 않아 궤양이 치료되어도 자주 재발하게 되므로 균 박멸을 위해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대개 3가지 약물을 병합해서 1~2주 동안 복용하면 대부분(90%이상)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할 수 있으며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의 재발률도 감소하게 됩니다. 치료 종료 4주 이후에 균의 박멸이 안된 경우에는 재치료를 하는데, 균의 박멸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내시경검사나 요소호기검사를 시행하여 재발의 위험을 줄이게 됩니다.

◇소화불량 예방법

① 음식물을 40~50회쯤 오래 씹어서 먹는다.

② 적어도 식사 때만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③ 운동은 식후 1시간이 지난 후에 한다. 가벼운 산책은 소화에 도움을 준다.

④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우유는 조금씩 삼키는 것이 좋다.

⑤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⑥ 금연 :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2배 이상 궤양 발생빈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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