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정 단양 별방중 1학년

 

엄마 아빠, 안녕?

너무 덥지요? 게다가 가뭄도 오래 가고 있어요. 얼른 비가 와서 농사가 잘 돼서 엄마 아빠 걱정이 좀 덜해지길 바랄 뿐 제가 해 드릴만한 일이 없네요.

오늘 학교에서 편지쓰기 행사가 있어서 지금 편지를 쓰고 있는데 참 기분이 좋아요. 왜냐하면 평소에 엄마 아빠한테 하고 싶던 말이 많았거든요. 그동안 전해 드리지 못한 말을 이 편지에 털어 놓는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요.

응… 뭐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먼저, 저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그 덕분에 우리 엄마 아빠를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학교 친구들, 친척들과 선생님들도 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저절로 행복해져요.

근데, 듣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우리 엄마 아빠! 사실은 저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애들이 엄마랑 아빠가 말을 못한다고 놀려대는 것이 무척 속상했고, 어느 때는 말이 전혀 안 통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를 몰라 답답했어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내준 것을 제가 써 가야 하는 등 정말 힘들었어요. 엄마 아빠와 말이 안 통하는 것은 그나마 견딜 수 있었어요. 제가 수화를 배우면 되었으니까. 하지만 애들이 놀리는 것은 정말로 참기가 힘들었어요. 아이들이 너무도 미웠고 학교에 다니는 것도 정말 싫었어요.

하지만 엄마 아빠, 지금은 괜찮아요. 이젠 더 이상 엄마랑 아빠가 부끄럽지 않게 여겨지는 어엿한 중학생이니까요. 어떤 놀림을 받아도 괜찮아요. 그냥 엄마랑 아빠만 제 곁에 계시면 되니까……. 엄마 아빠가 저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요즘엔 학교도 제게 큰 행복을 주는 곳이에요. 저를 웃을 수 있게,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모두 학교에 있으니까요. 8년 지기 친구 희선이가 있기에 행복하고, 2년 지기 친구 민혁이가 있기에 행복해요. 좋은 가족과 좋은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저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 저 현정이는 참 행복한 아이랍니다.

그리고 저에게 힘이 되는 것이 또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학교 갈 때와 갔다 왔을 때 수화로 해 주시는 말씀, ‘밥 많이 먹어라, 졸지 마라, 열심히 하고 와라, 잘 했어, 힘들었지?’ 등 엄마랑 아빠가 해 주시는 칭찬이나 조언이 정말 저에게 큰 힘이 되어요. 언제나 그 말씀들 속에서 엄마 아빠의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어요.

요즘 너무 더운 여름이라서 엄마랑 아빠가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돼요. 제발 쉬어가면서 일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가 병원엘 가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전 항상 밥을 많이 먹어 건강한 딸이 될게요. 그리고 한글과 수학도 열심히 가르쳐 드릴게요. 현정이는 믿어요. 엄마랑 아빠가 제 도움을 받아 나중에는 말씀도 또박또박하고 계산도 잘하시게 될 거라는 걸.

저는 부모님께 약속했던 대로 앞으로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서 꼭 요리사가 될 거예요. 그래서 맛있는 요리를 해서 제일 먼저 엄마랑 아빠께 시식해 달라고 부탁을 드릴 거니까 꾸준히 지켜봐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엄마 아빠, 진짜 진짜 사랑해요!

엄마 아빠의 듬직한 큰딸 현정이 올림

 

△단양교육청 주관 2회 바른 손글씨 편지쓰기 대회 최우수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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