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올림픽선수단 본단이 64년만에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을 찾은 것은 여름답지 않게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던 7월20일(이하 현지시간)이었다.

선수단은 교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 입국했지만 긴 여행으로 쌓인 피로와 결전지에 도착했다는 긴장감으로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국가별 종합순위 10위 이내에 들겠다는 ''10-10''의 목표를 내걸었지만 스포츠 승부의 세계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일부 외신들은 한국이 10개 이하의 금메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7일 세계를 감동시킨 개회식이 끝난 뒤 한국선수단은 28일부터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회 개막 후 2∼3일은 한국이 금메달을 기대한 양궁, 사격, 수영이 집중돼 ''골든 데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제일 먼저 금메달 소식을 전한 것은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KT)였다.

진종오는 28일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합계 688.2점을 쏴 한국 사격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을 따 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수영의 박태환(23·SK텔레콤)은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실격 판정이 번복되는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남자양궁은 단체전 4강에서 미국에 발목이 잡힌 뒤 3-4위전에서 멕시코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29일에는 여자양궁이 단체전에서 대회 7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두번째 금메달을 선사했지만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한국 선수들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되돌아 섰다.

대회 초반 많게는 5개의 금메달을 기대했지만 ''금맥''은 터지지 않아 선수단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7월30일 여자펜싱 에페 4강전에서는 신아람(26·계룡시청)이 1초를 남기고 심판이 시계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바람에 역전패를 당했다.

외신들조차 이날의 사건을 역대 올림픽 최악의 오심이라고 비난했고, 선수단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다.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7월31일 열린 유도 남자 81㎏급 결승에서 올레 비쇼프(독일)을 꺾고 세번째 금메달을 따냈지만 배드민턴에서 나온 불미스런 소식이 곧바로 이어졌다.

배드민턴 여자복식에 출전한 선수들이 중국의 ''져주기'' 경기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다 실격처리를 당한 것.

하지만 8월1일 김장미(20·부산시청)가 2012 런던올림픽 여자 25m 권총에서 금빛 총성을 울린 것을 신호탄으로 남자 유도 90㎏급의 송대남(33·남양주시청), 여자펜싱 사브르의 김지연(24·익산시청)까지 하루에 3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2일에는 여자양궁 개인전에서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 3일에는 남자양궁 개인전에서 오진혁(31·현대제철)이 금메달을 추가했다.

오진혁과 기보배는 금메달을 딴 뒤 연인 사이임을 밝혀 주위의 축복을 받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남자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보태 9개를 수집, 목표인 `10-10''에 바짝 다가섰다.

5일에는 진종오가 남자 사격 50m 권총에서 다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고 양학선(20·한체대)은 남자체조 도마에서 한국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 한국은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국의 메달 레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 출전한 김현우(24·삼성생명)는 경기 도중 오른쪽 눈을 부딪혀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에 12번째 금메달을 보탰다.

여기에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에는 태권도 여자 67㎏급의 황경선(26·고양시청)의 13번째 금빛 낭보까지 날아들면서 한국은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수와 타이 기록을 세우는 성적을 냈다.

비록 시상대 맨 윗자리에 서지는 못한 태극전사들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한여름밤 명승부를 펼치며 전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다.

여자핸드볼과 여자배구 선수들은 체격조건에서 월등한 서양 선수들과 대등하게 맞서며 4강에 올랐다.

남자축구는 10일 숙적 일본을 2-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메달을 땄건 못 땄건 태극전사 245명은 17일간 런던에서 펼쳐진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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