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형 일 극동대 교수

올림픽이 끝났다. 밤늦도록 푹푹 찌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던 국민들에게 2012 런던올림픽은 시원한 청량음료 같았다. 태극전사들의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함성을 지르고,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전하고, 어처구니없는 오심에 덩달아 속상해했던 지난 17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지난 4년간 흘렸던 땀과 눈물, 인대가 늘어나고 뼈가 골절되고 눈이 퉁퉁 부어 앞도 제대로 못 보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저들의 투혼, 밤새 가슴 졸이며 응원하던 가족들의 모습까지 그 자체가 한 편 감동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와 밤낮이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치러진 올림픽의 명승부를 안방극장까지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각 방송사들은 또 다른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했다.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대형 이벤트이다 보니 올림픽방송에서 우위를 확보할 경우 거둬들일 수 있는 광고수익 또한 천문학적이다. 그러니 방송사마다 사활을 걸고 올림픽방송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방송사간의 지나친 경쟁이 반복되어 시청자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잦았다. 채널마다 똑같은 화면으로 도배되는 중복편성으로 인한 채널 선택권 박탈은 매번 제기되는 문제점이었다.

이를 막기 위한 규칙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방송법 76조 이하에는 이와 관련한 여러 규정들이 있다. 예컨대, 올림픽과 같은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중계방송권은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계약을 하고, 과다한 중복편성을 하지 않도록 순차편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찌감치 방송 3사 사장단의 합의를 통해 중복편성 폐해를 방지하고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과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합동방송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적 관심이 높은 12개 종목의 경우 채널별 순차방송을 했다. 예선부터 8강전까지 양궁·체조·펜싱·탁구는 KBS, 수영·배드민턴·역도·복싱은 MBC, 유도·태권도·사격·레슬링은 SBS가 단독으로 중계한 것이다.

우리 대표팀이 출전하는 결승전과 3·4위전, 준결승 및 시상식은 ‘2사 생방송 1사 녹화’ 형태의 합동방송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규칙을 꾸준히 지키는 ‘방송의 품격’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어떤 채널이 올림픽방송의 승자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SBS가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네티즌 13,460명을 상대로 방송 3사의 올림픽중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SBS가 53.7%를 차지한 반면 KBS는 22.7%, MBC는 6.6%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는 예상된 결과였다.

SBS는 다른 방송사에 비해 가장 안정적인 환경에서 준비를 해왔다. 현지에 파견한 방송단 규모도 3사 가운데 가장 많았고 경기중계 외에도 다른 방송사와는 차별화된 기획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달이 유력시되는 선수들의 일상과 도전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중계방송 사이에 배치하여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했다.

반면 장기간 파업의 여파로 제대로 준비를 못한 MBC는 여러 가지 구설에 시달리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올림픽 개막식 중계를 맡은 MC의 자질에 대한 논란부터 시작해서 수영 남자 400m 예선에서 해설위원이 박태환 선수에게 실격판정을 내린 심판이 중국인이라는 잘못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뉴스데스크’는 조작방송 논란에 휩싸였고, 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생방송 도중에 한 여성이 카메라 앞을 지나가 화면을 가리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숙련된 방송인력을 배제하고 급하게 외부인력으로 대체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비단 스포츠만이 아니라 모든 승부는 그동안 흘린 땀만큼 정직한 결과가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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