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민족 성노예 인권유린 당해
위안부 피해자 참담한 고통 ‘뭉클’
‘한일역사 극복’ 충북지부 모임 결성

“한국에 오기 전까진 위안부 문제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1982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처음 한국을 알게 된 미야자키 사요꼬(58·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104-3·1☏043-223-1803)씨는 67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청주 성안길 용두사지 철당간 광장에서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한다.

그는 한국에서 신혼생활을 하며 일본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1910~1945년 35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통치했고 한국 사람들에게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줬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젊은 여성들이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당했고, 전후에도 육체적·정신적 고통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일본은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또 같은 여성으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받았을 참담한 고통에 마음이 아팠다.

처음으로 독립기념관을 찾았던 날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라는 생각에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사요꼬씨는 “일본에 있었을 때에는 일본의 식민통치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한국에 살면서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이 이웃나라인 한국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사실을 알게 돼 역사의 진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딸과 두 아들이 받았을 상처였다.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과 ‘어머니의 나라’인 일본이 항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수업을 통해 배웠을 텐데 아이들은 사요꼬씨에게 내색한번 하지 않았다.

“지금은 성년으로 성장했지만 우리 아이들도 학창시절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요. 특히 역사수업을 할 때 어머니의 나라가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많은 사람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형식적인 사과로 일관해 오고 있다.

1995년에는 법적인 책임은 회피한 채 도의적인 책임만 지기위해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을 설립, 피해 여성들과 시민단체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다.

또 1998년 4월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에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재판결과가 나왔지만 일본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 무효화했다.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귀를 막은 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

사요꼬씨는 한국생활 30년 만에 큰 결심을 했다. 일본에서 온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양심적인 목소리로 모국인 일본에게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사요꼬씨는 최근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충북지부’를 결성한 것이다.

국내 거주 일본인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을 비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 한 일본인이 `위안부 소녀상’ 옆에 말뚝을 박는 사건이 발생하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주한 일본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사요꼬씨는 또 이 모임의 활동에 공감하는 일본여성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충북에 사는 대부분의 일본여성들이 뜻을 같이해 300여명의 회원이 모였다.

사요꼬씨를 비롯한 충북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들이 나서 한·일 화해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마음속에는 ‘언제나 한국과 일본을 화해시켜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제야 실천에 옮겨 작은 메아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은 메아리가 큰 울림이 돼 한·일 지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한·일 양국이 서로 화해했으면 합니다.”

이들이 내는 작은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넘어 일본까지 메아리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위안부 피해자들과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화해해 다시는 이와 같이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도한다.

▶글/이삭·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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