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수 애 충북대 교수밤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찜통 같은 무더위에 지쳐갈 무렵 시원하게 내리는 단비가 반갑기 그지없다. 폭염 속에서도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의 올릭픽 승전보는 밤새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에게 무엇보다 통쾌하고 시원한 선물이 되었다. 비록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수년간 피나는 노력과 혼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했던 출전 선수를 포함해 그들을 뒷바라지한 모든 분들께 경의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금메달 획득과 종합순위에서 10-10 목표를 초과달성하고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알린 쾌거는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선수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올림픽 경기를 보며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육성하고 있던 태권도와 같은 종목에서 괄목할 만한 상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운동경기도 대중의 관심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지라, 관심이 적은 경기종목은 선수발굴이나 경제적 지원에 큰 어려움을 겪는 모양이다. 런던 올림픽을 보면서 한국의 우수한 경기지도자들이 외국 선수를 길러내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았다. 과거보다는 메달 획득 종목이 많아졌지만 더 다양한 경기종목의 선수들이 열정을 다할 수 있게 재정적 지원과 국민들의 관심어린 격려나 응원이 필요하다. 기업의 자사 홍보에 급급한 일회성 지원보다 사회 환원의 의미를 담은 꾸준하고 진정한 스포츠 사랑이 확대되었으면 싶다 .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획득수로 순위를 산정하면 세계 5위이지만 총 메달 획득수로는 세계 9위가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메달 집계를 통한 순위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종합순위는 산정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 등 여러 외신들은 순위의 기준을 총 메달 수로 정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총 메달수도 많아 전 종목에서 비교적 고른 성적을 냈다. 금메달만 중시하는 1등 지상주의에 묻혀 자칫 은메달과 동메달의 값진 결실이 빛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메달감이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진대 금메달에 치중한 순위 산정은 은메달과 동메달의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금메달만 기억하지 말고, 또 최선을 다했지만 메달을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뜨거운 박수로 맞이하여 성숙한 국민의식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야 하지 않을까?

올림픽 폐막 전에 앞서 2012 여수 세계박람회가 93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바다를 주제로 하고 바다를 박람회장으로 꾸민 첫 박람회였다. 여수박람회는 세계 104개 나라와 UN을 비롯한 10개 국제기구들이 참여한 지구촌 최대 해양 축제 행사이다. 국제사회에 해양의 현명한 이용을 촉구하는 데 의미를 둔 전시콘텐츠와 문화공연, 관람서비스 면에서 손색없는 박람회로 평가받아 중소도시에서도 국제적 행사를 훌륭하게 치러내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청결·질서·친절·봉사와 승용차 안타기 운동에 적극 동참한 여수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과 희생정신이 엑스포 행사의 성공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이 엑스포 행사가 국내 해양산업과 기술 도약의 획기적인 계기가 되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820만 관람객 중 외국인 관람객은 입장료 할인과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주간 운영 등으로 행사 후반에 증가하였지만 중국과 일본 위주로 40만명에 불과하였다는 점은 아쉽다. 명실상부한 국제행사가 되려면 외국인 유치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여수엑스포에 갈 기회가 있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할 때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아쿠아리움을 보려면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해서 관람을 포기하고 국제관부터 돌아보았다. 장내는 세계박람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제관 안내요원과 일본인으로 보이는 몇십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내국인이었다. 더위에 지쳐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관람객들도 옥에 티였다.

2013년 5월에는 오송에서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가 개최된다. 웰빙과 감성소비 트렌드에 맞춰 화장품·뷰티산업의 세계시장 확대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 브랜드가치를 높여줄 국제행사가 개최됨을 축하하며 충북지역 정치·경제적 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를 염원한다. 엑스포의 취지에 걸맞게 국제적이고, 전시관들이 폐막 후 공허한 잔해를 남기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위원회의 철저한 기획과 도민들의 전폭적인 참여와 성원으로 성공적인 엑스포 행사를 치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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