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대형마트ㆍSSM의 일요일영업이 재개된  지난 12일 오전 청주시 용암동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동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간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갈등·대립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선 자치단체들이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관련 조례의 법률적 효력이 상실되면서 대형마트 등은 일제히 영업을 재개했다.

반면 일선 자치단체들과 소비자단체 등은 법률적 효력과 상관없이, 상생 발전이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발적 휴무를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불매운동 선언 등 물리력을 동원한 대응에도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권고나 불매운동 선언이 근본적으로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의 상생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이에 동양일보는 대형마트와 지역상권이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의 법률적 효력

청주시 등 일선 자치단체들은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 시행하고 있다.

매달 두 차례의 의무휴업과 자정 이후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이같은 조례는 조례 제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인해 법률적 효력을 상실, 아무런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다.

현행 법상 조례 제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이를 반영토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와 청주시의회는 조례 제정 과정에서 이같은 법률적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정 조례마저 법률적 효력을 상실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청주시와 청주시의회는 자체적인 행정적 판단에 치중, 법률적 검토와 절차상 문제 등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해 관련 조례 무력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법원이 관련 조례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대형마트 측에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는 점이다.

법원 판단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것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 과정이 적법했느냐였다.

롯데쇼핑 등 청주지역 7개 대형마트는 청주시의 조례개정이 행정절차상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국민 기본권이나 경제활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은 추상적이고 규범적이며 시의 관련 조례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이나 경제활동을 제한, 공공복리를 저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반박 논리다.

특히 청주시의 처분이 행정절차법상 사전공지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등 아무런 배려조차 없이 요식적인 절차만 거친 만큼 법률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고 반박해 왔다.

이같은 대형마트의 주장에 대해 청주시는 조례개정 과정에서 사전 논의를 통보한 만큼 의견 제출 기회가 있었으나, 대형마트 측에서 참석하지 않은 만큼 귀책사유는 대형마트 측에 있다는 논리에 치중해 왔다.

조례 개정 후 의견 제출 기회를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대형마트 측에 발송한 만큼 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한 법률적 행위를 준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률적 판단은 청주시의 조례 개정 과정에서 법률적 절차를 완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측의 기본권이나 경제활동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조례 개정 이전 조례의 절차상 하자로 인해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이 상실된 때와 똑같다.

조례 개정 과정에서도 법원의 효력정지 처분 결정의 판단근거를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적 판단 근거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보면 조례개정 후 10일 이상 규제 당사자의 의견제출 기회를 주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에서도 이같은 절차상 하자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례가 선행돼 있다.

이같은 법원의 법률적 판단은 개정 이전 조례의 효력 상실 판단 때와 동일함에도, 시는 단순 권고사항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규정은 아니라는 행정적 판단만 앞세워 법률적 미비점을 개선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다.


    ■ 대형마트의 사회적 책임 외면

청주시의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일요일영업을 재개하자 지역 중소상인들은 불매운동을 선언하는 등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지역 민ㆍ관ㆍ정 인사들로 구성된 `지역경제주권 회복을 위한 대형마트ㆍSSM 불매운동 추진위원회’도 불매운동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불매운동 전개에 나섰다.

이들은 “지역 중소상인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통큰 기업, 착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의 역할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지금이라도 의무휴업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에게도 “일요일과 공휴일엔 대형마트와 SSM에 가지 말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이용하는 자발적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영업을 재개한 대형마트 등에는 소비자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일선 자치단체의 의무 휴업 권고나,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불매운동 선언이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별다른 참여 동기를 촉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에 따른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등 의무휴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등의 지역 상권 침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 등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주민 정서도 그들이 지역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정작 지역사회를 위한 환원에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청주지역 롯데마트(청주점·상당점)·이마트·홈플러스(청주점·동청주점·성안점) 등 6개 대형마트들이 2009~2011년 3년간 성금 기부 실적은 279만950원에 불과하다.

이들이 같은 기간 청주시 등에 낸 세금도 전체 매출액의 0.29%에 그치고 있다.

이들이 같은 기간 청주지역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2009년 6580억4200만원 △2010년 7431억9500만원 △2011년 8064억8300만원 등 2조2000억원을 넘는다.

청주지역에서 많은 돈을 벌면서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큰 것이다.

일선 자치단체와 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지역주민 정규직 고용 △지역업체 입점 △지역 중소기업 제품 구매 △현금 매출액 지역은행 예치 △대형마트 현지 법인화 △연간 총매출의 일정액 지역 환원 △지역상권 활성화 부담금 강제 부과 등 상생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를 법률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다.

결국, 대형마트 등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실행은 불가능한 셈이다.


   ■ 지역상권의 자구 노력 결여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등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있음에도, 편리한 쇼핑 환경과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등을 찾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당장 현실적인 측면에서 전통시장보다는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환경 변화를 체감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영업제한 조례 운영이나 불매운동 등 상징성에 불과한 대응보다는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상인들의 의식 전환과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의 쇼핑환경이 좋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선다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이는 자치단체의 투자와 지원에만 의존해선 개선할 수 없는 일이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지역상권의 혁신적인 변화와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쇼핑환경 구축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상인들의 노력과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물론 지금까지 지역 상인들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소상인들이 대부분인 지역상권이 우위를 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패배주의와 소극적 대응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협력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 법률적 보호장치 마련

일선 자치단체와 대형마트간 영업규제를 둘러싼 대립이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법으로 이를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에 대한 휴일 영업규제를 월 4회까지 늘리고 야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영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다수 발의됐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대형마트 및 SSM 영업시간과 출점을 강도높게 제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10건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중 고강도 규제를 담고 있는 개정안으로는 ‘대규모 점포 의무휴업일 월 3~4회 이내·밤 9시~오전 10시 영업 제한’(민주통합당 이용섭·이춘석·이상직 의원 개별 발의)과 ‘전통문화 및 자연보존이 필요한 시·군·구에 대형유통업체 출점 금지’(새누리당 손인춘 의원) 등이 있다.

발의된 개정안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해당 상임위 심의를 거쳐 월 2회 영업 정지를 골자로 하는 기존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이르면 오는 10월중 적용될 것으로 지경부는 예상하고 있다.

각 지자체도 최근 해당 지방 법원이 의무휴업일 지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대형마트에 대한 월 2회 영업정지가 중단됨에 따라 법원이 문제 삼았던 조례 개정과 의견 수렴 절차 보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상위 법률이 강화되고, 일선 자치단체들의 관련 조례도 법률적 허점을 보완한다면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은 법률적으로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법률적 강화가 과연 지역상권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단순 통계상으론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이행됐던 시기에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의 매출이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상권의 매출 상승세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이같은 효과가 매월 두 차례에 불과한 대형마트의 휴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같은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률적 보호막이나 자치단체 등의 지원사격에만 의존해서 지역상권을 보호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형마트 등의 지역사회 기여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들이 지역 상권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서로 일방적인 요구와 비난만으로는 아무런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다.

소비자들의 참여와 관심도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자치단체와 소비자단체, 대형마트, 지역 상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해와 절충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김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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