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불편한 심기 노골적 표출
중앙적십자사 신임 회장 인준 보류

 악수는 하지만…충북적십자사 28대 회장으로 선출된 성영용(왼쪽)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과 이시종 충북지사가 20일 한적 충북지사에서 열린 26·27대 김영회 회장 이임식에서 어색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동빈>회장 선출 과정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추천한 인사가 낙마하면서 충북도와 불협화음이 우려되는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회장 인준이 늦어지고 있다.

충북도와 적십자사 충북지사 등에 따르면 김영회 전임 회장이 20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으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의장에 대한 회장 인준이 보류돼 취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적십자사는 당분간 부회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임 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충북도와 충북적십자사간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면서 향후 협조체계 균열을 우려한 중앙 적십자사 차원의 결정으로 해석된다.

적십자사 충북지사는 지난 9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경선을 통해 성 전 의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통상 충북지사가 추천한 인물이 회장으로 선출된 관례를 깨지면서 이 지사가 추천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가 낙마했다.

이로 인해 충북도와 적십자사 충북지사간 불협화음이 발생, 적십자 회비 모금 등 향후 적십자사 운영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었다.

이날 이임식 참석차 청주시에 내려온 고경석 한적 사무총장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장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을 뿐 인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는 한적 충북지사의 가장 큰 후원자인 충북도가 성 전 위원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경국 도 행정부지사는 지난주 한적 본사를 직접 찾아가 “후임 회장 선출 때 충북도 추천 인사가 출석하지 않았고, 성 전 위원장만 정견을 발표한 가운데 투표까지 진행됐다”며 “선출 과정이 매우 불공정했다”고 도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지사도 김 회장 이임식장에서 “충북적십자사가 없는 충북도도, 충북도가 없는 충북적십자사도 상상하기 어렵다”며 “적십자사와 충북도는 언제나 함께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또 김 회장의 이임식이 끝난 후 회장으로 선출 된 성영용 전 충북도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이 지사에게 다가가 악수와 함께 인사를 건넸지만 이 지사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고 사무총장은 성 전 위원장 선출 과정에 관여한 충북지사 상임위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으나, 상임위원들은 경선을 통해 적법하게 선출된 만큼 번복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신임 회장 인준을 놓고 중앙회 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적십자사 충북지사 주변에선 “적십자사 충북지사가 충북도 산하기관도 아닌데 충북도가 신임 회장 선출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봉사기관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회장을 선출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영수·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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