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국민대통합'' 키워드로 지지기반 넓히기 첫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대권행보의 첫 키워드로 `국민대통합''을 꺼내들고 지지기반 확장에 나섰다.

박 후보는 첫 공식일정으로 21일 오전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데 이어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면담했다.

이날 봉하마을 방문은 박 후보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의 극소수의 인사가 ''봉하행(行)''을 추진했고 전날 대선후보 확정 이후 이를 공식화했다.

박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조문차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해 마을 입구에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박 후보와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악연에 가까웠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주도의 대연정''을 전격 제안했고 같은 해 9월7일 노 전 대통령과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후보는 ''대연정 담판''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민생경제를 위한 초당적 내각'' 구성 제안에 박 대표가 "노선이 달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거부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구상을 접어야 했다.

또한 참여정부 임기말인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하자 박 후보가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 참여정부 청와대와 박 후보 측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극명한 정치철학 차이로 인한 악연에도 박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 직후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전날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국민대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으로 한정된 자신의 지지기반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흠모하는 중도, 진보층으로까지 넓히는 등 외연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박 후보는 수락연설에서도 이미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는 국민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국민대통합을 통한 `100% 대한민국'' 비전을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현 여권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전직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진행된 검찰 수사 도중 서거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경선 후보를 비롯해 친노(친노무현) 그룹이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박 후보로서는 `노무현 지지층''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감수하고 박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점은 파격적인 광폭 행보로 읽힌다. 더이상 `보수의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직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 자신의 부모가 예기치 않게 세상을 떠난 점을 거론하며 "권 여사님 가슴이 얼마나 아프실까 잘 이해한다"고 인사했다.

 

나아가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친환경 농사를 지으신 것을 안다"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도 더듬었다.

두 사람의 면담에는 박 후보 측에서 이학재 비서실장과 이상일 의원이, 권 여사 측에서 노무현재단 이병완 이사장과 안영배 사무총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근혜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상일 의원은 "박 후보가 보수ㆍ중도ㆍ진보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며 "오늘 봉하마을을 찾은 것은 국민대통합의 뜻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은 물론 수락연설에서 밝힌 부패척결 및 정치개혁, 국민행복 등의 핵심 과제를 고리로 당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일표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데 이어 향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예방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현충원을 찾은 박 후보는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현충탑 앞에서 참배한 데 이어 이승만ㆍ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차례로 찾았다.

박 후보는 방명록에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 받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습니다''고 적었다.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충원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몸바친 분들이 계신 곳 아니냐"며 "그런 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더욱 나라를 발전시켜야 하며 사심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후보는 대선후보로서 이날 오전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새누리당 당헌상 대선 후보는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안의 범위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갖는다. 따라서 박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우여 대표가 앉던 테이블 정중앙에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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