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 비문'' 구도…정책대결은 밋밋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23일 여의도 MBC에서 열린 방송3사 합동 토론회에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후보.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주자들은 23일 방송3사 공동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에서 초반 승기를 잡기 위해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이날 방송 데뷔전의 성적표가 25일의 제주 첫 순회 경선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모바일 투표의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한편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며 날선 대결을 펼쳤다.

특히 여론조사상 앞서가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협공이 펼쳐지면서 ''문(문재인) 대 비문(비문재인)'' 간 가파른 전선이 형성됐다.

중간중간 패널들의 ''돌발 질문''이 이어지면서 토론의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TV토론이 문 후보에 대한 협공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정작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후보들은 장외 유력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언급은 대체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비문 연합전선 구축

손학규 후보는 대선 출마 결심 시기와 관련, 문 후보가 "총선 출마를 결심한 무렵"이라고 답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마당에도 나서지 않다가 총선 때 가서야 대통령 선거에 나가겠다고..."라면서 "총선은 무엇 하러 나왔으며, 국정철학의 틀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고 몰아세웠다.

이어 "''낡은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총선때) `낙동강 벨트론''이라는 전형적인 구시대 정치를 들고 나왔다"고 쏘아붙였다.

정세균 후보도 "문 후보는 입당 경력도 일천하고 당에 기여한 바도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출마 요청이 있을 때마다 외면하다 강력한 권력의지가 요구되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는데 문 후보에게 민주당은 어떤 존재인가"라고 가세했다.

이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해 이명박 정부를 불러들인 데 대한 송구스러움과 책임감이 있다"고 몸을 한껏 낮춘 뒤 "참여정부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데 대한 책임감과 송구함을 견딜 수 없던 것이 (출마)결단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정치와 거리를 둬왔으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당과 함께 부산ㆍ경남의 지역주의와 맞서 노력해왔다"고 자평한 뒤 지난해 말 야권 대통합에 적극 나선 점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수권능력을 높이고 국민에게 다가가도록 하는 점에서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여정부를 겪으며 정권재창출 실패도 경험했고 이명박 정부를 보며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역사의식도 가졌다"며 "이를 구현하는 균형감각을 갖췄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며 "시대가 필요로 한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소명의식이 중요하다. 국민은 이 시기에 깨끗하고 정직한 정치, 기성 정치문화에 물들지 않는 정치, 소통하는 정치를 갈구하고 있는데 이는 제가 보여 드리려는 시대정신과 부합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두관 후보는 문 후보가 2008년 말 공천헌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친박연대 서청원 전 대표의 변호인에 이름을 올린 전력을 문제 삼았다.

문 후보는 "그 분(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장이나 노선과 상관없이 형사소추가 되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법률가 입장에선 변론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사건 수임을 거부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지금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 안 한다"고 적극 반박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차기 국정을 맡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기득권에 단호해야 하는데 아쉽다"라며 "변호사 윤리로는 그럴듯한 논리이나 정치인 시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라고 비판을 가했다.

''벤치마킹'' 하고 싶은 타 후보의 공약을 꼽는 순서에서도 손 후보와 김 후보가 정 후보의 가계부채 해결책, 정 후보는 김 후보의 `3균(지방.남북.사회 균형) 주의 공약''을 각각 드는 등 비문 후보들 간에 은근히 손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문 후보는 중도하차한 박준영 전남지사의 ''3농(農) 정책''을 거론하며 호남 표심에 구애를 보냈다.

◇빛바랜 정책 대결

후보들은 저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문 대 비문 구도''에 밀려 구체적 각론에선 정책 대결이 활기를 띠지 못했다.

문 후보는 다른 후보들의 연합 전선에 맞서 정책 질문을 잇따라 꺼내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그 대상은 `경제정책통''을 자임한 정 후보였다.

두 후보는 가계부채 해결책 및 대부업체 이자율 인하 등에는 공감을 표했다.

이어 김 후보는 손 후보를 향해 "과거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구속에 반대하고 출자총액제 폐지도 주장하고 부유세 신설도 반대했었다"라며 "`저녁이 있는 삶''을 말하며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노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손 후보는 "재벌개혁이 중요하지만 재벌을 때려잡자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부유세 신설과 관련, "세금은 차근차근 필요한만큼 올려야지 징벌적 과세가 되면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 경제민주화가 재벌에 대한 증오감으로 발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의 전경련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전경련이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를 해친다면 검토해야겠지만, 재벌 로비가 전경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정 회장 구속 당시 "야만적 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선 "그때나 지금이나 불구속수사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고 본다"면서도 "표현은 좀 지나친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문ㆍ손에 패널 ''공격성 질문'' 집중

이날 패널로 나선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문 후보에게 "`친박''(친박근혜)이라는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우회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문 후보가 "''친박''이 정당 이름이었다는 게 우리 정치의 낙후성과 후진성을 보여준다. 친박연대가 정당의 이름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고 박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웃기는 모습이었다"라고 답하자 "정당조직만 아니면 괜찮은 것이냐. ''친노''(친노무현)와 친박이 크게 다른가"라고 따졌다.

이에 문 후보는 "민주당이 ''친노 대 비노''의 분열적, 악의적 프레임에 갇힌 것은 반드시 깨야 한다"면서도 "제가 만약 친노라는 프레임을 만드는데 기여한 바 있다면 크게 반성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손 후보는 문 후보와 김 후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을 길게 설명하며 `준비된 후보''로서 차별화를 시도하다가 패널에 참여한 곽동수 서울사이버대 교수로부터 "말이 길고 가르치려 한다는 이미지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좀전의 모습은 예전 모습"이라는 `일격''을 당했다.

곽 교수는 "두 후보에게 `디스''(disrespectㆍ상대에 대한 심한 공격을 가함을 뜻하는 SNS용어)를 날렸다는 SNS 메시지가 들어왔다"고 꼬집었다.

곽 교수는 손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해 "유신체제의 섬에 갇혀 세상을 모르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 어떤 면에서는 안됐다"고 평가한 점, 또 한화 김승연 회장의 법정구속과 관련해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안타깝다"고 평가한 데 대해 "안타깝다, 안됐다 하는 것은 너무 느긋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손 후보는 "듣기 나름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라며 "(박 후보에 대해) 연민만 느낀다고 말한 것인지, 저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선 안 된다는 말인지 국민이 다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언급은 자제

민주당 후보들은 저마다 ''박근혜 대항마'' 자임하며 세일즈에 나섰지만 안 원장에 대해선 문, 손 후보가 간단히 언급한 게 전부였다.

문 후보는 "박 후보를 꺾기 전에 안철수를 뛰어넘고 그 세력까지 우리 지지층으로 끌어들여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손 후보는 "안 원장이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나왔다''고 한 점에 대해 미안함 맘을 금할 수 없다"라면서도 "국민이 우리 정치에 실망해 `백마탄 초인''이 없나 기대하게 만든 것은 제 책임이지만 대통령에 나설 사람은 국정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비교우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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