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431호 ‘홍주의사총’- ‘홍성의사총’
국가지정 문화재 명칭 변경… 지역주민 반발
독도 영유권 문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칭 변경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일본이 강제로 명명한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거세다.
더욱이 국가기관이 지역주민 정서와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일제 강점기 사용 명칭을 아무런 검증절차나 수정 과정없이 그대로 적용한 것은 역사의식이 결여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3월 국가지정문화재 중 전국의 사적 444건의 지정명칭을 변경 예고했다.
그 동안 사적 지정명칭의 부여방법이 통일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웠던 것을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명칭부여 기준을 마련, 사적 지정명령 개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이에 따라 사적 지정명칭 변경 과정에서 역사적 문헌, 고증, 유적명 또는 전래돼 오는 ‘고유한 명칭’ 등에 지역명을 병기, 문화재의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명칭을 한글로 표기하되 한자를 병기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국가지정 사적 431호인 ‘홍주의사총’을 ‘홍성의사총’으로 바꾼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홍주의사총은 1905년 일본이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자 이에 분노한 홍주지방에서 봉기한 의병들이 일본과 홍주성전투를 치르면서 희생된 수백명의 의병을 안장, 그들의 희생과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일본은 강점기 당시, 이같은 홍주 의병의 항일정신을 희석시키기 위해 홍주와 결성을 합쳐 홍성으로 지명을 변경했다.
문화재청은 이같은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채 홍주의사총을 홍성의사총으로 변경한 것은 국가기관이 스스로 역사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홍성군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이같은 오류를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문화재청은 지자체와 전문가, 문화재위원히 등의 검토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피력하고 있어 비난을 더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일제 강점기 당시 의도적 역사왜곡을 국가기관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의 명칭 변경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홍성군도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문화재청과 명칭 변경 협의 과정에서 역사적 의미와 지역주민의 정서가 반영되도록 적극 노력하지 못한 책임은 홍성군에도 있기 때문이다.
향토문화 전문가들은 “일제에 의해 희생된 수백명의 홍주 의병을 기리는 조성된 홍주의사총을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명명한 홍성의 명칭을 적용, 홍성의사총으로 바꾸는 것은 역사적 의미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현재의 지역명이 홍성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고 계승하기 위한 문화재에 대해선 역사적 가치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홍성/박창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