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 기념비 건립 검토 지시
고 김흥환씨 친구들 성금 모금 뜻 모아

속보=지난 25일 불의의 교통사고 유명을 달리한 청주상당산성 ‘얼음골 아저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비 건립이 추진된다.‣27일자 3면

충북도는 청주의 대표적인 등산코스인 상당산성 중턱에 10년간 매일 얼음을 갖다 놓던 ‘얼음골 아저씨’ 고 김흥환(53)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비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시종 지사는 27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10여년 간 등산객을 위해 봉사한 ‘얼음골 아저씨’의 덕을 기리도록 얼음을 놓았던 자리에 청주시와 협의해 작게나마 기념비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얼음골 아저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구들도 추모비 건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친구 임모(55)씨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이 조금씩 성금을 내 추모비를 건립하자고 뜻을 모았다”며 “조만간 친구들이 교통사고 지점에 모여 흥환이의 명복을 비는 제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또 김씨가 얼음을 갖다 놓던 장소에 “고맙습니다. ‘얼음골 아저씨’”라는 문구를 담은 추모 플래카드를 내걸 예정이다.

유족들은 상당산성 잔디밭에서 음악회가 열리는 다음 달 15일 김씨가 팔다 남긴 음료수와 생수 등을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추모행사도 할 계획이다.

주말에 상당산성에 등산한 일부 시민은 김씨의 좌판에 국화꽃을 갖다놓고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0년간 상당산성 서문에서 아이스크림 좌판을 하면서 매일 50㎏짜리 얼음 덩어리 3개를 지게로 운반, 산성 중턱에 갖다 놓아 등산객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게 배려해 ‘얼음골 아저씨’로 불렸다.

그는 장사하면서 손님들이 알아서 돈을 내도록 하는 ‘무인 판매’ 방식만 고집했다. 등산객들의 양심을 믿었던 것이다.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될 정도로 어렵게 생활했지만, 좌판을 해 번 돈의 일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의 아이들에게도 일정금액 기부를 했고, 노인들이 있는 복지관을 찾아 얼음을 제공키도 했다.

옥산 혜능원에서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이, 뺑소니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 진천의 경찰관, 간이식을 한 청주 세광고의 한 학생 등 많은 사람이 김씨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25일 오전 6시 50분께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상당산성 서문 등산로에서 자신의 오토바이에 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얼음의 무게와 아이스크림 상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오토바이가 전복되면서 김씨를 덮쳤고, 궂은 날씨인데다 인적도 드물었던 곳이어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김씨의 시신은 26일 오후 청주 목련공원 납골당에 안치됐다.<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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