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290호 ‘왕송’ 볼라벤 강풍에 부러져…
뿌리 보강 조치 안해 “군, 보수 건의 묵살”

천연기념물 290호인 괴산 삼송리 소나무(일명 왕송(王松))28일 태풍 볼라벤의 강풍에 쓰러졌다.

청천면 삼송 2구 마을이장 최선동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왕소나무가 강풍의 영향을 받아 나무가 통째로 부러지면서 쓰러졌다고 전했다.

최씨에 따르면 새벽 6시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모습이었는데 몇 시간 뒤 확인해 보니 나무가 부러진 채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왕소나무는 높이 12.5m, 수간 둘레 4.7m1982114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600년 된 노거수다.

밑에서 끝까지 꼬면서 올라간 줄기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 용송(龍松)’으로도 불렸으며 1980년대까지 성황제를 지냈던 신목으로 근처에 이와 비슷한 노송 세 그루가 있어 마을 이름을 삼송(三松)’이라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괴산군이 관리하고 있는 이 나무는 1992년 뿌리 일부가 썩어 부패 부위를 제거한 뒤 인공 충진재로 메우는 외과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삼송1구 마을 이장 이종구(58)씨는 군에 보수를 건의했으나 이를 묵살했다천재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한 달 전 군에 왕 소나무가 쓰러질 것 같다며 보수를 요청했지만 걱정하지 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600년 된 마을의 수호목이 쓰러진 것은 군의 무관심 때문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씨는 또 한 달 전 이 소나무의 뿌리가 20가량 들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군에 적절한 조치를 하고 왕소나무 지주도 최소 56개 더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자 지난 730일 현장 조사에 나섰던 충북대 임업과 교수와 나무병원 관계자들은 이상이 없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한 한 후 뿌리 부분에 인공수피만 바른 뒤 돌아갔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왕소나무가 기울기도 괜찮고 수세도 좋을 뿐 아니라 병해충도 없는 등 상당히 양호한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년 전 외과수술 후 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며 뒤늦게라도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날 강풍에도 왕소나무와 나란히 서 있던 수령 100년 내외의 소나무 10여 그루는 초속 20의 강풍에도 끄떡없이 견뎌내 대조를 이뤘다.

태풍이 닥치기 전 뿌리 보강 작업만 했어도 노송이 뿌리째 뽑히며 맥없이 쓰러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이씨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이씨는 괴산군, 문화재청 등과 함께 왕소나무를 살릴 방법을 찾아보겠다소생이 안 된다면 주민들과 함께 제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허탈해했다.

주민들은 이날 소식을 접한 뒤 궂은 날씨에도 삼삼오오 모여 처참하게 쓰러진 왕소나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살피는 등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다.

괴산/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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