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의 입길에 오르면서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른 지 1년이 됐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1일 한 언론사에서 서울시장 출마 결심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단숨에 폭발적인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안 원장은 며칠 지나지 않아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나타낸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담판을 가진 뒤 박 상임이사를 지지하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안 원장은 대권 도전과 관련해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안풍(安風)''을 불러일으키며 박원순 시장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안 원장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간 ''아바타 대전''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안풍(安風)`은 `박근혜 대세론''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여기에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를 앞서는 등 안 원장은 유력한 범야권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안철수 신드롬''에는 기성 정당에 불신과 환멸을 느끼는 시민정치세력, 2040세대, 어느 정당에도 속하기 꺼리는 중도 성향의 무당파층의 기대가 반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자 여야 정치권에서도 `안철수 신드롬''을 통해 기성 정당의 한계와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골몰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대대적인 쇄신드라이브를 걸었고, 야권은 시민사회 등을 포괄한 대통합으로 민주통합당을 출범시켰다.

양당은 또 4월 총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인적ㆍ정책적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 신드롬''이 가져다준 긍정적인 효과인 셈이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개혁 작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등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여전하면서, 한국 정치사를 이끌어온 정당 정치의 기반이 흔들리는 부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안 원장은 4.11 총선 전 다소 정치권에서 다소 멀어지는 듯한 인상을 줬으나, 야권의 총선 패배 이후 안 원장은 다시 강력한 대안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안 원장은 지난달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구체화하면서 정치권의 중심부에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안 원장은 출마 여부에 대해 확실히 결정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대선판에는 본격적으로 등판하지 않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 행보를 통해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비공개 행보를 보이면서 ''신비주의''라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그렇지만, 안 원장은 소통 행보를 통해 출마 준비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안 원장의 퇴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안 원장의 출마 또는 정치 참여 선언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신드롬''이 지난 1년간 기존 정당에 굉장한 경각심을 심어줘 자정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점은 앞으로도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안 원장은 대선 정국에서도 출마 여부를 떠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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