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까지 요지부동인가.."야 비판은 정치공세" 인식하는 듯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친과 관련된 과거사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인식이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면서 주변에서도 "입장을 전향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요지부동이다.

주변에서는 이제 이런 입장이 대선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박 후보는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유신 시대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며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재심에 의한 최종 견해가 최종 결론이라는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발언 다음날인 11일 오전에는 "대법원의 상반된 판결도 있지만,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어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며 다른 논거를 댔다.

박범진 전 한성디지털대 총장이 2010년 학술총서에서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2차 인혁당 사건으로 불리는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해 가담자에 대한 사형 선고는 과도했지만 실체는 있었다고 주장한 점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터넷은 물론 당 일각에서 "법원 판결보다 보수인사들의 주장만 믿느냐"는 비판이 거셌다.

박 후보는 논란이 계속되자 오후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고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며 "(재심과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고 하니까 그걸 다 종합할 적에 역사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역사적 실체에 대해서는 판결과 다른 주장도 있는 만큼 정치적 논쟁보다는 역사에 판단을 맡기자는 취지이지만 한발 물러선 언급으로 풀이된다.

조윤선 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서 1975년 유죄판결이 있었고 2007년 재심을 통해서 무죄판결이 내려졌다"면서 "새누리당은 이 사건과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존재하지만 재심판결이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존중하며, 박 후보 역시 사법부의 재심 판단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안의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고 급하게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한 측근은 지난달 초 "후보로 선출되는 20일이 지나면 박 후보의 (역사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박 후보의 이틀에 걸친 언급으로 보면 이러한 추측은 빗나간 셈이다.

그 배경으로는 여러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후보와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 스스로 아버지의 딸로서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시각이 있다.

박 후보가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정치 공세적 성격이 강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라는 시각도 있다.

5.16과 유신 등을 사과하게 되면 야권이 "그래서 박근혜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선전 후반에 들어가면 박 후보가 중도층 등을 겨냥해 역사인식의 수정을 꾀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친박 관계자는 "야권이 후보 확정 이후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질 때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 판세에 영향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입파들을 중심으로 박 후보 역사인식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고위 인사는 "판결은 시대에 따라 다를지 모르겠지만, 법원의 판결은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인사는 "박 후보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에서 정리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경선 캠프 출신 한 외부인사는 "인혁당 관련 언급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졌다"면서 "인혁당 사건은 두 가지 판결이 있는게 아니라 하나의 판결이 뒤집힌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친박 인사도 "과거사 문제만 나오면 답답하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