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2.19 대선의 예상 대진표를 놓고 셈법이 한창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본선행을 결정지은 데 이어 야권 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 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연대만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새누리당이 문재인 대선후보 확정 직후인 17일 `문-안(文-安) 단일화 가능성을 적극 거론하며 맹공에 나선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박 후보의 맞상대로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 중 누가 링 위에 오르느냐다.

최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는 문 후보보다 안 원장이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손쉬운 경쟁상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구도이지만, 야권 단일화를 전제한다면 `박근혜 대 안철수 양자 구도가 유리하다는 시각이 있다.

안 원장이 새로운 정치ㆍ젊은 정치에 대한 열망에 부응해 20∼40대 젊은층과 무당파 지지에 힘입어 1년 가까이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거품으로 입증될 수 있다는 관측에 기인한 것이다.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대에 한 번도 오른 적이 없고 정치 경험이 전무한 안 원장이 전쟁터와 다름없는 본선전에 뛰어드는 순간 매서운 검증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을 통해 안 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안 원장의 지지율이 주춤한 사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 원장이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새누리당으로서는 공격 포인트를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비단 안 원장의 도덕성ㆍ정책 검증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해서도 불임 정당으로 몰아세울수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안 원장이 상대하기에 더 쉬울 것"이라며 "안 원장의 새로운 정치에 대해 민주당과도 이념적ㆍ정책적 간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 따로, 민주당 따로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역으로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과도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안 원장의 지원 속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출된 뼈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 문 후보는 민주당의 조직력에 안 원장의 젊은층 및 중도층을 동시에 끌어안고 가는 모양새가 된다. 새누리당 내에서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충분히 승산은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두차례의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 친노(친노무현) 인사이기 때문이다.

야권이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문제에 화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으로서는 문 후보를 겨냥해 실패한 친노라는 이른바 과거사 역공이 용이해 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핵심당직자는 "문 후보가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검증거리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새누리당에서는 민주당의 전통 지지기반인 호남 일각에서 형성된 반노(反盧) 정서가 확산됨에 따라 대선을 앞둔 야권의 분열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새누리당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경우에 대비해 일단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후보단일화 이전에 안풍 효과를 철저히 차단한 뒤 문 후보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다만 어떤 경우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양측의 공동정부 구성합의를 비롯해 깨끗한 승복이 이뤄질 경우 대선판에 엄청난 파고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새누리당은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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