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행에서 승격 사례
29명중 14명… 절반 안돼
김성갑·한용덕 과제 산적

 
프로야구에서 감독대행은 힘든 자리다.
감독도 코치도 아닌 어찌 보면 구단에서 새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자리로 비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출범 31년을 맞는 한국 프로야구 사에서 감독대행이 대행 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이 된 비율은 절반이 되지 않는 다.
지난해까지 프로야구에서 감독대행이 선임된 것은 모두 29차례였다. 이중 정식 감독으로 승격된 것은 14차례에 불과했다.
물론 감독대행이라는 시험무대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이들은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SK는 김성근 감독이 재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전격 경질되면서 이만수 2군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이 감독대행은 김성근 감독을 옹호하는 팬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도 19183(0.514)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승률 5할 이상을 해 3위를 지켰다.
SK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이끈 이 감독대행에게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 날인 지난해 111일 정식 감독직을 부여했다.
KIA의 유남호 감독은 20047월 감독대행으로 치른 45경기에서 26181(승률 0.591)의 놀라운 성적을 이끌어냈다.
김성한 전 감독 체제하에서 승률 0.488에 불과했던 KIA는 유남호 감독대행이 팀을 맡은 이후 선전을 거듭하며 4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결국, KIA2005년 유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명장으로 분류되는 야신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도 한때 감독대행 시절이 있었다.
김 감독은 2001년 이광은 LG 감독이 9251(승률 0.265)의 저조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감독대행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그는 이후 98경기에서 49427(승률 0.538)의 준수한 성적을 거둔 뒤 2002년 정식 감독으로 취임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개가를 올렸다.
양승호 롯데 감독도 출발은 감독대행부터였다.
2006LG 수석코치였던 양 감독은 이순철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대행으로 팀을 맡아 31463(승률 0.403)를 기록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감독대행으로서 팀을 이끈 경험은 2011년 롯데의 정식 감독으로 선임되는 밑바탕이 됐다.
이에 반해 많은 감독 대행들은 실적을 올리지 못해 정식으로 승격되지 못했다.
1982년 조창수 해태 감독대행을 비롯해 1983년 삼성 이충남, 1995년 쌍방울 김우열, 1999년 쌍방울 김준환, 2003년 롯데 김용철 등은 재신임을 얻지 못했다.
성적이 좋았지만 감독으로 올라서지 못한 일도 있었다.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2011614일 대행을 맡아 7위였던 팀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지만 세대교체 바람에 밀리면서 대권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이 전격 경질되면서 중도 해임된 감독이 한대화 전 한화 감독에 이어 2명으로 늘었다.
넥센과 한화는 각각 김성갑, 한용덕 감독대행에게 남은 시즌을 맡겼다.
김성갑 감독대행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LG1-0으로 제압하고 첫 경기에서 승리를 신고했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는 최하위 한화는 15경기에서 96패의 상승세다.
김성갑, 한용덕 감독대행이 임시방편에 불과할지, 아니면 역량을 인정받아 내부 승진하는 사례가 될지 두 팀의 차기 감독 선임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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