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2.0목회자운동, 성명발표
금란교회 원로 VS 현직 목사 갈등 기폭제
충현교회 원로목사, 아들세습 공개 회개
감리교 세습 법 반대 개정안 ‘교계 관심’

 교회 세습은 그동안 한국 개신교계의 ‘불치병’으로 치부됐다.

1990년대 말부터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세습이 만연하면서 교회 재산·권력 사유화(私有化)와 맞물려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 추락까지 불러온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개신교 내부에서 세습 금지를 위한 자정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일종의 긍정적인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개신교 3대 교단 중 하나인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교)가 ‘교회 세습 방지법’을 추진하고 나선 데 이어 김동호 높은뜻연합선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세습 반대 연대기구가 구성될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강한 교회·새로운 목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인 교회2.0목회자운동은 성명을 내고 “담임목사직 세습은 교회의 교회됨을 뿌리째 흔드는 교회파괴 행위”라며 세습 중단과 제도적 금지를 촉구했다.

교회2.0목회자운동은 “2000년을 전후로 충현교회와 광림교회를 시작으로 소망교회, 금란교회, 경향교회 등 세습은 유행처럼 번졌고 이제는 오히려 세습하지 않는 교회가 이상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던 교회 세습 문제의 기폭제는 최근 불거진 금란교회 김홍도 원로목사와 김동호 목사 간 ‘갈등’이다.

이미 지난 2008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김홍도 원로목사는 이달 초 일간지 전면 광고를 통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후임자가 되면 서로 시기하기 때문에 교회가 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목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비난하고 금란교회 측이 김 목사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양측의 갈등이 확산하면서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6월 대표적인 대형 교회인 서울 충현교회의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사실을 공개적으로 회개하고 나서면서 세습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성명을 내 “교회의 후임자가 비록 직계 자손이어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요,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며 사실상 교회 세습을 묵인해 논란이 확산했다.

이런 가운데 감리교가 부모와 자녀, 자녀의 배우자가 연속해서 동일 교회에서 목회할 수 없도록 하는 장정(감리교의 교회법) 개정안을 마련함에 따라오는 25일 열릴 감리교 입법의회 결과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이어질 교회 세습 반대 운동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다른 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감리교신학대 교수들도 지지 성명을 내고 “개정법은 자기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교회와 사회의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라며 “법안이 입법총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며 교육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감리교회 쇄신과 개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리교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아 입법의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감리교 한 관계자는 “솔직히 통과 가능성이 반반”이라며 “그래도 세습 방지법을 추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시도”라고 말했다.

일단 교회2.0목회자운동은 이르면 다음 달 중순 김동호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단체와 양식 있는 목회자, 신학자, 일반 성도와 세습 저지를 위한 연대기구를 구성하고 창립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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