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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막눈 떠볼까 한글공부 시작… 삶을 읊으니 시가 됐네요”
“까막눈 떠볼까 한글공부 시작… 삶을 읊으니 시가 됐네요”
  • 동양일보
  • 승인 2012.10.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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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깨친 지 4년만인 77세에 시집 펴낸 한충자 할머니
 

팔순이 넘은 어머니.
자식의 그림자 한 자락 밟지 못하고 노쇠한 어머니.
불빛 아래서 ,을 수없이 반복하며 73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한글을 접한 한충자(83·음성군 생극면) 할머니.
한 할머니는 음성군에서도 오지마을인 생극면 하루동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있다.
질박한 마음을 꽃으로 피우고 늦게 배운 한글로 아름답고 소박한 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
지아비의 아내로, 5남매의 엄마로, 103세의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로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
남편이 군에 입대해 편지가 와도 읽지 못해 가슴으로 울다가 그때마다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돼 평생 공부를 가슴에 품고 살아 왔다.
한 할머니는 음성군 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한글을 가르쳐 준다는 소식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갈 수 있는 거리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글을 배우러 다녔다.
그때마다 남편 송건섭(79)할아버지는 할머니 곁을 함께 해 용기를 줬다.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러운 마음으로 한글학교 1학년에 입학해 4년여 동안 글을 배우고 시라는 문학의 세계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기쁨으로 승화시켰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오면서 갑갑했던 까막눈이라도 겨우 떠볼까 5척 단신 총총 한글학교로 발을 떼었다.
한 할머니는 겨우 자신의 뜻을 글로 쓰고 남의 글을 떠듬떠듬 읽는다.
나물죽도 마음껏 먹지 못했던 그 일제치하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딸로 산골에서 살아온 83.
기쁨이라 하여 희수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나이에 이르렀다.
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운 것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제껏 조용하게 작은 목소리로 살아온 자취를 연필로 겨우 터득한 한글을 글쓰기로 더듬는다.
한 할머니는 삶을 돌아본다는 것처럼 허망한 것은 없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고 했다.
한글을 읽지 못해 감각으로 목적지를 찾아 발길을 옮겨 오르고 내렸지요. 세상이 휘황찬란해지면서 바라보기는 더더욱 깜깜해졌으나 한글을 알고 부터는 세상이 환하게 보였답니다.”
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부터 어디든지 마음대로 찾아간다.
글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할머니는 지아비의 아내로 자식들의 엄마로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로 이것저것 도닥이면서 83세의 그가 103세의 시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는 아름다운 정경은 눈물겹다. 바로 이 풍경만 해도 그냥 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새벽이면 남몰래 일어나 부엌으로 밭으로 논으로 이슬에 치맛자락을 적시며 휘젓고 다녔다. 그랬기에 한 할머니는 늘 그 자리에 편안하게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그는 허전했다.
무엇인가 빈 듯한 허무, 그래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흘린 땀방울에 촉촉하게 젖어 그린 무늬가 운율이 되고 그림이 되었고 깊이 새길 의미가 됐다.
한 할머니는 힘들 때마다 부엌에서 밭에서 웅얼거리던 소리, 자식들 키울 때 안고 업고 자장가를 부르던 그 노래가 자연스레 시가 됐다.
73세에 음성노인복지관 한글반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77세에 82편의 시집 봄꽃은 희망이고 가을꽃은 행복이다를 출간했다.
이후에도 틈나는 대로 시를 쓰고 동인지 등을 통해 세상에 내놨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오면서 갑갑했던 까막눈이라도 겨우 떠볼까 배웠던 한글이 이제는 자신의 뜻을 쓰고 있다.
한 할머니는 삶을 돌아본다는 것처럼 허망한 것은 없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답니다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두지 않고 시로 승화시켜 간다는 한충자 할머니.
한 할머니는 자연과 어우러져 질박한 마음을 꽃으로 피우고 늦게 배운 한글로 아름답고 소박한 시 세상을 오늘도 노래하고 있다. ·사진/서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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