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지난달 27일 구미4공단에 입주한 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불산(플루오르화 수소산)가스 누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이후 2차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불산가스 노출에 따른 이상을 호소하는 약 2500여 주민이 병원진료를 받았으며 농작물, 가축 피해도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사건사고가 그러하듯 이번 사고 역시 관리 부실 및 대응 미숙이 빚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화학공장은 고도의 기술 집약적 장치 산업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화학 물질을 사용하거나 취급하게 된다.

이 같은 화학물질은 원료 저장에서부터 중간 공정을 거쳐 제품 저장 부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이 취급되므로 공장에는 항상 상당양의 화학물질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화학공장이 복잡한 장치로 구성되어 있고 취급되는 물질 역시 독성을 포함한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 및 관리자의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불산가스(플루오르, F)는 물과 결합하게 되면 불화수소(HF)로 변하며, 이들이 수분과 만나면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강한 불화수소산으로 변환된다. 불산가스가 기체 상태로 흡수되면 인체 내의 수분과 결합해서 호흡기와 뼈를 손상시키고 신경계를 교란시키게 되므로 화학공학 전문가들조차 이들 물질을 다루는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실제 대학 실험실 수준에서는 불산가스를 거의 다루지 않을 정도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누출된 불산 가스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지역 소방대에서는 사고 초기에 물을 뿌린 결과 불화수소산 형성에 따른 2차 오염을 더욱 가중시켰다.

기체 상태의 불산가스 중화를 위해서는 소석회를 공중 살포해야한다는 전문적인 지식을 해당 소방서 관계자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소석회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사고 지역의 불산 농도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는 했지만 확산되는 피해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발표를 여전히 불신하고 있으며 결국은 주민들 자체적으로 이주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종합해보면, 화학물질을 다루는 업체, 소방서, 지자체, 정부 모두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나 매뉴얼 어느 하나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에 따른 주먹구구식 대응으로 애꿎은 주민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 전국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크고 작은 화학공장의 안전 관리 실태를 고려했을 때 우리 국민 모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을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학공장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화학공장 모두를 폐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화학공장이 인체에 유해하거나 폭발성 있는 화학물질들도 다루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첨단 기술로 무장된 안전 설비를 통해 조업되고 있어 관리 감독만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공장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화학공장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고들이 관리 부실 및 사고에 대한 초기 대응 미흡으로 인해 그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공장에 대한 관리 감독 철저 및 재난에 따른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는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현재 국내 재난안전관리는 안전관리를 규정하고 있는 개별법에 따라 환경부, 지자체, 소방서로 나뉘어서 관리되고 있어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부재한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각종 재난에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기에 각 사업장에서도 현장 관리자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교육과 안전한 작업환경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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