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도로공사 ‘폭리’…일반․자영보다 비싸
품질미달․혜택만 받고 기름값 인하 안해

정부가 치솟는 기금값을 잡겠다며 야심차게 추진한 ‘알뜰주유소’가 제도시행 6개월 만에 삐걱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 미달의 기름을 유통시켜 행정처분을 받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고, ‘알뜰’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기름값이 비싸 해당기관의 배불리기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석유공사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주유소와 유류 도매사업자들이 인하분을 마진으로 대부분 흡수해 소비자가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3일 경쟁력 있는 새로운 공급자(석유공사) 및 판매자(알뜰주유소)를 통해 시장가격 100원을 인하,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로 ‘알뜰주요소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3월부터 본격 시행돼 현재 전국 721곳이 운영 중이다.

현재 운영중인 농협․고속도로․자영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가격을 올 3월~9월 분석한 결과 농협알뜰주유소는 자영알뜰주유소에 비해 평균 22원이 비쌌고, 고속도로알뜰주유소는 평균 32원이 비쌌으며, 자영알뜰주유소는 일반주요소보다 평균 40원이 쌌다.

노 의원은 “석유공사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에서 사들여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은 리터당 40원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토탈에서 사들여 공급하는 기름은 정유사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어 실제 인하효과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농협알뜰주요소는 리터당 62원 이상, 고속도로알뜰주유소는 72원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설개선자금(소요공사비의 90% 지원), 외상거래와 소득․법인세(2년간 20% 감면), 재산세(2년간 50% 감면) 감면을 추진하는 등 알뜰주유소에 싼 값의 기름을 공급하는 것 외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혜택만 받고 판매가격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아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농협, 도로공사 등 준 정부기관들이 이를 악용, 이윤을 남기고 있다”며 “이는 알뜰주요소 정책에 정면으로 위비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민주통합당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이 지식경부와 한국석유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곳의 알뜰주유소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법 위반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지난 4월 강원 순천의 한 주유소는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됐고, 충북 청원의 한 주유소도 품질미달의 불량 기름을 판매해 경고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알뜰주유소가 주변 주유소보다 더 비싸고, 바로 옆에 있는 알뜰주유소 간에도 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면, 누가 알뜰주유소를 이용하겠느냐”며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해 알뜰주유소 제도를 도입, 시설비도 지원하고 전자상거래도 도입해 세금도 깎아줬지만 실제로 가격이 같거나 비싸다면 제도도입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새누리당 홍문종(경기 의정부시을) 의원은 교통안전공단 국감을 통해 “도로공사 직영 알뜰주유소의 경우 전환 직후 평균 40%이상의 매출을 올리면서 직영주유소라는 명분으로 임대료도 전혀 내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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