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독물취급업체 227곳…제독차․분석차 전무
화생방마스크 지급 5.8% 불과…화학사고 무방비

충북지역 소방대원 대부분이 화학 사고에 무방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사고와 같은 화학사고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으나 충북도내 소방서의 화학 장비가 현저히 부족하거나 낡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사고현장에 달려가야 하는 도내 소방대원의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환경청과 소방방재청이 새누리당 박덕흠(보은․옥천․영동)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환경청에 등록된 유독물 취급업체는 전국에 6874곳이 있으며, 충북지역에는 277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소방방재청의 화학재난 대비 장비현황을 보면 제독차는 전국에 7대, 분석차는 11대 배치돼있을 뿐이다.

제독차는 유독한 화학물질을 중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분석차는 공기 중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는데 쓰이는 장비다. 자료에 따르면 충북에는 제독차와 분석차가 둘 다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화학 재난상황에서 구조 활동을 담당하는 119화학구조대가 청주상단에 배치돼 있다는 점. 그러나 박 의원은 "화학공장 밀집지대에만 배치돼 있어 유사시 효과적인 구조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119 구조대원들의 안전장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휴대 안전장구기준에 따르면 119 구조대원들은 일부 소수의 특수 구조대원을 제외하고는 1인 방독마스크 1개와 화생방 마스크 1개가 지급돼야 하지만, 충북의 119 방독마스크 지급율을 59.0% 정도로 집계됐다. 특히 화생방마스크 지급율은 더욱 심각해 충북의 경우 5.8%에 불과하다 유사시 구미사태처럼 보호 장비 없이 구조대원이 사지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소방대원들에게 지급되는 화학보호복도 제대로 비치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소방방재청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전국 194개 소방서가 보유한 화학보호복은 2328벌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대원 3만5090명 중 6.6%만 입을 수 있는 수량이다. 여기에 지급된 화학보호복도 전체 절반이 넘는 1365벌이 사용수명이 넘은 낡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경우 화학보호복 비치율이 9.6%로 전국평균 보다는 높으나 소방관 10명 중 1명만이 화학보호복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 상당수는 아무 보호장구 없이 출동하는 셈이다.

실제 경북 구미시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과 경찰관 상당수가 불산가스 노출로 인한 육체적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대한화학회장인 이덕한 서강대 교수는 "사고초기 현장작업자나 소방관들이 적절한 보호장구를 갖추고 작업만 했어도 능동적이고 빠르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유사시 화학재난을 진압해야 하는 소방대원들의 장비가 불균형하게 배치돼있고, 인명을 구조하는 구조대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국민 안전은 과거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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