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요즘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무엇인가? 정치 민주화가 일부에 독점돼 있던 정치권력을 모든 시민들이 누리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경제민주화도 그와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일부 집단에 독점되어 있는 경제 권력 또는 힘을 모든 경제주체가 공평하게 누리는 것이다. 정치민주화를 생각해 보면 경제민주화를 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분명해 진다.

과거 정치적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들이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민주화 욕구가 증대하니 정치적 민주주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결국 6.10 항쟁 사태를 맞은 후 국민의 힘에 의해 정치적 민주화가 급격히 이루어졌다.

경제적민주화도 유사하다.

지금 상황은 일부 계층에 의한 경제권력과 부의 독점이 너무 심해 국민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선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6.10 사태와 같이 국민의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리고 급격한 민주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힘을 가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제적 민주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정부와 정치권이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의 대상과 관련해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부가 적절히 분배된다면 지배구조 문제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도 대부분 중소기업자들이 지배구조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기업과 협력업체간 너무 큰 급여차이가 불만을 야기한다.

매년 연초 기업 실적을 발표할 때 모기업인 대기업 근로자들은 상여금을 받고 임금도 많이 올라가는데 그러한 성과에 기여한 협력업체들의 근로자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대기업과 나아가 정부,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증대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불만을 완화 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대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 부가 일부에게 편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대기업 총수들이 엄청난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는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의 편중을 시장 경제라는 이름하에 당연시 하는 것은 자본주의 역사는 물론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한심한 생각이다.

세계화를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와 시장경제,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다. 부를 가진 사람들도 이제 맹목적인 시장경제 논리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맞는 사고를 해야 한다.

, 나눔의 철학이다. 상생협력이다. 그동안 정부가 10여년 넘게 상생협력을 추진해 왔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기업들을 보면 마치 얼마를 기부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아니다.

진정성이 결여된 그런 생색내기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진정한 상생협력을 원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란은 지난 10년 동안 자발적으로 상생협력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재계도 새로운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정치인들도 그런 것 같다. 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국민들의 따가운 매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경제민주화 논의가 부쩍 증대된 이유는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심화로 살기가 어려워지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상실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 심화는 기본적으로 경제발전에 따른 산업의 구조적변화 때문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첨단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가 가능하다.

첨단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너무 낮은 보수를 대기업의 일정비율까지 올리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다수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가를 근근이 기업을 유지할 정도로 낮게 책정하고 있어 문제다.

대기업이 경제민주화 논란이 본격적인 지배구조개선 문제로 비화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납품가를 현실화해서 협력업체들의 불만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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