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기관중 11개 기관, 내부출신 CEO 제로

금융 공공기관과 특수은행의 역대 최고경영자(CEO) 중 순수 내부출신은 고작 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위 모피아(경제관료+마피아) 출신이 낙하산으로 최고위직을 싹쓸이하고 있으며 심지어 60년된 조직에 내부출신 기관장이 한 명도 없는 경우도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소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데이터, 코스콤, 거래소, 예탁결제원과 기획재정부 소관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및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14곳의 역대 CEO 196명 중 기재부 출신이 46.9%(92명)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시중은행 출신 29명, 한국은행 25명, 금융감독원 9명, 금융위원회 7명, 증권업계ㆍ군ㆍ내부출신 각 6명, 국세청ㆍ공무원(기타부처) 각 4명, 정치권 3명, 학계 1명, 기타 4명 등이다.

금융위 출신은 모두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던 인물들이고 금감원 출신 9명 중에도 5명은 기재부에서 넘어왔다. 이를 포함하면 사실상 모피아 출신은 104명으로 그 비중이 53.1%에 달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역대 이사장 9명이 모두 기재부 출신이고 신보ㆍ수출입은행은 각각 17명 중 10명, 거래소는 35명 중 17명, 예보는 8명 중 4명, 캠코는 19명 중 9명, 코스콤은 12명 중 7명, 정책금융공사는 2명 모두 기재부 출신이다.

현재 14개 기관의 CEO 가운데 8명이 모피아 출신이다.

김정국 기보 이사장, 김주현 예보 사장, 장영철 캠코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이희수 기업데이터 대표, 우주하 코스콤 사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강만수 산업은행장 등이다.

금융 관련 민간 협회도 모피아들이 점령했다.

생명보험협회 김규복 회장, 은행연합회 박병원 회장, 손해보험협회 문재우 회장, 여신금융협회 이두형 회장이 모두 모피아 출신이고 금융투자협회 박종수 회장이 유일하게 증권사 CEO를 역임한 업계 출신이다.

현직 금융 공공기관 및 특수은행 기관장 중 모피아 출신이 아닌 사람은 안택수 신보 이사장(국회의원 출신),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건설교통부 관료), 최종석 한국투자공사 사장,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이상 은행권), 김봉수 거래소 사장(증권업계), 조준희 기업은행장(내부) 정도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을 포함해 14개 기관의 역대 CEO 196명 중 일반직원으로 입사해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은 3.1%인 6명이다. 거래소 3명, 기업은행 2명, 캠코 1명이다.

1954년 설립된 산업은행이 58년간 한 명의 내부 행장도 배출하지 못하는 등 14개 기관 중 11곳이 그동안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금융 공공기관과 특수은행 기관장 자리가 퇴직 관료를 챙겨주는 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가 계속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높다.

 

코스콤 관계자는 "IT 전문회사에 전공과 상관없는 낙하산 사장들이 오다 보니 임기 3년 중 업무 파악에만 6개월에서 1년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관료가 공공기관에 가더라도 전문성과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 관행을 개선하려면 우선 사장추천위원회가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중립적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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