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자유계약선수자격 얻었으면 좋겠다"

 

 

 

 

호랑이 군단의 정신적인 지주에서 이제는 독수리 부대의 지도자로 변신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이종범(42) 코치는 선수들에게 뛰는 야구의 유전자를 이식해 역동적인 야구를 주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코치는 15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김응용 감독 취임식에 참석해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선수 때와 달리 수첩과 볼펜을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신분이 코치로 바뀌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종범은 "선수 이종범은 버리고 선수들과 똑같이 배움의 길에 들어섰다"며 "코치로서 선수들이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을 채워주고 마음 아파하는 부분을 받아주고 싶어 한화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응용 감독님을 잘 보필하고 기존 코치들과 상의해 한화가 가장 필요한 부분을 메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역 때 달았던 등번호 7번 대신 73번을 받고 새로 출발하는 그는 "특별한 의미는 없으나 0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로 (합쳐서 0이 되는) 73번을 택했다"고 답했다.

이종범이 한화에서 지도자 데뷔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스승 김응용 감독 때문이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연수하고자 추석 연휴 때 잠시 일본 나고야를 다녀오기도 했다"면서 "새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님이 같이 해보자고 해서 한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특유의 스타일로 이종범에게 "야! 한 번 도와줘"라고 부탁했고, 이종범도 두말없이 승낙했다고 한다.

1993년 해태에 입단해 1997년까지 김 감독 밑에서 팀의 해결사로 뛴 이종범은 "지도자 데뷔를 김 감독님과 같이 하는 게 내게 가장 괜찮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감독님이 어떤 위치에서 나를 부르셨더라도 달려갔을 것"이라며 스승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이종범은 특히 한화라는 구단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최근 4년간 세 번이나 꼴찌를 한 탓에 한화 선수들이 패배주의에 빠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바깥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천지차이"라던 이종범은 "선수들과 접해 보니 분위기만 바꾸면 충분히 선수들이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종범은 "선수 개개인이 상황에 따라 누상에서 적극적으로 뛰고 상대 투·포수와 벤치 사인을 알아챌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전수하고 싶다"며 "실패를 거울삼아 두려움 없이 용맹스럽게 뛸 수 있도록 선수들을 가르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종범은 일단 한화의 취약한 주루 능력을 끌어올리는 주루코치를 맡을 예정이나 구체적인 보직은 코치진이 확정된 뒤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타이거즈에서만 통산 16년을 뛴 타이거즈 맨으로 연고도 없는 대전의 한화맨으로 변신했다며 일부 팬들이 비난하는 것을 두고 이종범은 똑 부러지게 답했다.

그는 "살다 보면 위치에 따라 사람이 변하기도 한다"면서 "어느 자리,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프로"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역 때도 가족과 나를 위해 뛰었지 안티팬을 위해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다"며 "코치로서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는 팀이 타이거즈이기에 그전에 한화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그걸로 족하다"며 오랫동안 사랑을 보내준 타이거즈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친형 같은 코치, 두려움 없이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나가는 지도자를 자신의 스타일로 내건 이종범이 한화에 태풍과도 같은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한편 이종범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진출을 노리는 한화 에이스 류현진(25)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대박을 터뜨리고 갔으면 좋겠다"며 김응용 감독처럼 그의 팀 잔류를 희망했다.

이미 7시즌을 뛴 류현진은 야구규약에 따라 올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구단의 동의를 얻으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다.

미국에 가고 싶어도 한화 구단이 허락하지 않으면 국내에 남아야 한다.

이종범은 일본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류현진이 국내에서 2년을 더 활약해 FA 자격을 획득하면 구단 동의와 상관없이 거액을 받고 해외에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며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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