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생 공주 사곡면 박기준옹

내년이면 100세가 되는 국내 최고령의 나이로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따낸 할아버지가 있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박기준(99·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산 74-2)옹. 호적상 1914년생인 그는 만 98세라는 믿기지 않는 나이로 운전면허증을 취득, 노익장을 과시했다. 역대 최고령 기록인데, 종전 기록은 지난 2000년 2종 보통면허를 딴 92세 이모 할아버지가 갖고 있었다.

박 할아버지가 면허를 따게 된 동기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서 시작됐다.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면 보상은커녕 오히려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면허를 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상투에 흰 수염, 한복 바지저고리 차림으로 마치 조선시대 선비를 연상케 하는 박 할아버지는 도전 이유를 당당하게 밝혔다.

“운전연습은 한 1달 정도 했지… 사실 따지면 학과시험까지 3달 정도 걸렸다고 보면 돼….”

박 할아버지의 ‘면허 도전기’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난 5월 원동기 면허 자격을 취득한 그는 여세를 몰아 공주의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찾아 2종 보통면허 시험 도전에 나섰다.

면허학원 한 관계자는 “시험 삼아 자동차 면허시험장에서 학과와 기능시험을 먼저 치러보라고 권했다. 그러면서도 ‘설마’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 할아버지가 다시 학원에 등장한 것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 11일. 그의 손에는 학과와 기능합격증을 쥐고 있었다.

첫 학과시험은 컴퓨터 모니터가서툴기도 하고 방법을 몰라 허둥대다 커트라인 점수에 걸려 안타깝게 떨어졌다.

박 할아버지에게 ‘합격 비결’을 묻자 “학과시험은 열심히 공부하면 될 일이다. 평소 아들에게 운전연습을 많이 받아 기능시험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능시험은 두 번 떨어지고 세 번만에 붙었어. 예산에 있는 시험장에 가려면 집에서 사곡면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유구읍에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 다음 예산가는 직행버스를 타야 만 했지. 그게 좀 힘들었어.”

3개월의 도로주행 연습을 마쳐 마침내 모든 시험을 통과한 박 할아버지는 지난 10일 오전 공주경찰서에서 드디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이은우(경위) 공주서 교통관리 계장은 “100수를 코앞에 두고 있는 박 할아버지가 고령의 연세에도 원동기 면허에 이어 운전면허까지 땄으니 대단한 화제거리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원동기 면허시험 때도 100점 만점에 78점을 받아 합격했고, 4군데 코스시험도 한 번에 붙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황해도 해주에서 만석꾼인 밀양박시 14대 종손인 부친 박종국(작고)씨의 1남4녀 중 외아들로 태어난 박 할아버지는 소학교(현재의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당시 해주서면공립보통학교 급사로 취직, 근무하던 중 22세 때 부인 안숙자(92)씨와 결혼해 슬하에 4남 1녀와 손자·손녀 34명을 두고 있다.

박 할아버지의 가훈은 ‘면학강구’다. ‘힘써서 배우고 연구하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라’는 뜻으로 평생 이를 실천하고 살았다. 자녀들에게도 ‘남에게 인심 잃지 말고 베풀면서 살라’고 강조했다. 70여년 동고동락하며 평생을 함께 한 박 할아버지는 부부 금슬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다리가 아파 고생하는 아내를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보건소에 데려다 줄 수도 있고, 읍내 갈 때 같이 태워갈 수도 있어 좋고….”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좋아 차를 타고 다니며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박 할아버지. 그는 또 다른 도전거리를 찾으며 식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글·사진/류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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