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28·푸에르토리코)가 환상적인 역투로 가을 잔치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했다.

마리오는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단단히 틀어막고 팀의 승리를 주도했다.

SK가 정말 절박하게 기다리던 승리였다.

SK는 1차전을 잡고도 2~3차전을 내리 내줘 자칫 팀 역사상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할 위기에 몰려 있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여전히 긴 휴식을 거친 SK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연패하면서 경기 내용이 워낙 안 좋았던 데다 롯데의 타선이 완전히 감을 찾은 상태라 분위기는 넘어가 있었다.

마리오의 몸 상태에 붙은 의문 부호도 이런 분위기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타자 앞에서 꿈틀거리는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마리오는 올 시즌 초반 1선발 역할을 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여름 초입부터 무릎 부상이 찾아와 졸지에 '효자 용병'에서 '골칫덩이'가 됐다.

6월 말 무릎 부상으로 2군에서 한 달간 몸을 추슬렀지만 복귀전이던 7월25일 삼성전에 ⅓이닝 만에 무릎 통증이 재발, 다시 두 달을 쉬었다.

선발진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용병 투수가 빠진 사이 팀은 8연패에 빠졌다가 탈출하는 등 부침을 거듭했다.

9월26일에야 마운드에 복귀한 마리오는 넥센·한화전에 등판해 2연승했다.

그럼에도, 두 차례나 전열에서 이탈하게 한 무릎 상태는 여전히 불안 요소였다.

특히 여러 작전이 많이 나오는 단기전에서 자칫하다가는 사소하지만 커다란 빈틈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리오가 잘 던져줄 것"이라는 이만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이날 마리오의 투구는 완벽했다.

최고 149㎞에 이르는 직구에 느린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후끈 달아올랐던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농락했다.

초반에는 직구 위주로 승부를 걸다가 경기가 지날수록 투심, 체인지업, 커브 등 이닝마다 다른 구종의 비율을 늘려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에 혼란을 줬다.

볼넷을 1개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삼진은 6개나 잡았다.

팀 타선이 연이은 기회를 만들고도 득점 지원을 해 주지 못해 살얼음판 승부를 걷는 중에도 여유롭게 큰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마리오는 7회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이만수 감독과 주먹을 부딪치고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가득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오랫동안 SK의 애를 태웠지만, 몸을 회복하고 돌아온 마리오는 기대한 그대로 '슈퍼 마리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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