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기 영 영동대 교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도 마찬가지다. 우리 도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역사적 식견과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계획사는 도시계획이라는 특정한 분야에 대한 인간활동의 역사적 산물이다. 도시계획사 연구의 대상은 도시의 객관적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의도적인 조절행위를 요구하는 문제상황과 또한 그러한 행위가 가해지는 방법과 내용, 절차 등이 될 것이다. 즉 도시계획사는 도시라는 객체보다 그 객체를 변모시키는 활동에 초점을 둔다.

도시계획 역사인식과 관련하여, 일본인 도시계획가 이시다(石田賴房)는 도시계획의 주체, 도시계획 기술의 개발, 도시계획과 재정문제, 도시계획과 토지문제, 도시계획 전문인력 및 조직문제를 일본 근대 도시계획사 인식의 핵심요소로 지적한 바 있다. 강홍빈 박사는 우리나라 도시계획사 연구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적 과제로 과거와 현대의 도시를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가, 도시를 인식하는 태도와 방법, 즉 도시관의 구조적 변혁이 있었는지의 여부, 그리고 도시환경에 대한 개입방식, 즉 도시계획에 질적인 변동이 있었는지의 여부 등 세 가지 문제를 우선적으로 꼽은 바 있다

도시를 연구하는 데는 반드시 목적과 방법에 대한 뚜렷한 의식이 필요하며 도시의 본질에 대한 식견이 요구된다. 도시계획의 변천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그 도시에 정주하는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서 도시의 효용성 증진여부에 정책이나 계획에 초점을 두고 어떤 사회경제적 배경 하에서 도시공간구조가 형성되었는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도시계획은 시기별로 고유한 특성을 갖는다. 사회발전의 반영으로서 도시계획의 발전과정은 누적적이며 점진적인 과정을 띠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의 범위와 대상, 그 구성 내역 및 기법 등은 일정한 시기의 누적적 과정을 거쳐 시기별로 변화될 것으로 본다. 도시발전 시기를 구분할 수 있음은 양적 차이가 아닌 질적 차이에 의해 구별될 수 있는 도시계획의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함축한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 변천의 성격은 시기별로 유형화하여 그 특성을 범주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에서 시대별로 가장 우세한 요인이 존재하며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화될 것으로 본다. 도시의 확대 발전과정에서 그 성장의 원동력은 시대마다 차이가 있다. 발전의 주요 동기가 변화함에 따라 도시계획의 목적과 방법도 차이를 띠게 되고 도시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도시계획은 변화하고 그 영향요인도 변화한다. 그런데 특정 도시에 있어 도시계획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존재할 것이며 도시계획의 내용에 있어서도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유지되어 가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

도시의 규모에 따라 도시계획의 내용과 범위, 방식은 변화될 것으로 본다.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여부와 사업방식 등은 다분히 그 도시의 인구규모, 산업규모, 지리적 범위 등 도시규모에 따라 변화한다. 도시의 집적도에 따라 요구되는 사업의 형태, 방식들이 다르게 요구받으며 따라서 부분적인 시설경영에서 복합적 단지조성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규모와 방식은 도시의 규모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각 시대의 역사적, 지리적, 정치적, 경제적, 과학기술적 산물로서 도시계획은 파악되어 진다. 각 지역 도시계획의 성격이 도시계획의 결과로 가져온 도시의 외형적 형태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도시형태를 가져오게끔 한 그 시대, 그 지역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찾아질 것이다. 본격적인 도시 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도시의 질적 차이 규명을 위한 도시계획의 역사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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