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도둑들 ’이어 현재 ‘광해…’도 승승장구
5일제 근무 등 힘입어 주말관객 흡입 효과
중·장년층 타킷에 30대층 공략도 흥행요인
지난 8월 ‘도둑들’에 이어 20일에는 ‘광해…’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2012년 한국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기록이 나오고 있다.
2004년에‘실미도’와‘태극기 휘날리며’가, 2006년에 ‘왕의 남자’와 ‘괴물’이 1000만 관객을 함께 넘었으나 ‘실미도’는 2003년 말, ‘왕의 남자’는 2005년 말 개봉했다. 한 해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반부터 300만~400만 관객을 넘은‘중박’영화들이 이어지면서 한국영화의 부흥 조짐을 보이더니 하반기 들어 1000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면서 2012년을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시대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가 연중 동원한 관객이 8800만 명을 넘어서며 한국영화 1억 관객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관객들은 재미있는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일상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시대가 됐다.
●‘도둑들’ ‘광해…’한국영화 사상 최대 호황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넘은 것이 지난 8월 15일. 그로부터 두 달이 조금 지나 ‘광해…’가 또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이는 2004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 달가량 차이로 1000만 관객을 잇따라 넘었던 것이나 2006년 ‘왕의 남자’에 이어 ‘괴물’이 6개월 차이로 1200만 관객을 넘은 상황과 비슷하다.
2003년 12월 24일 개봉한 ‘실미도’(최종기록 1108만1000명)가 2004년 2월19일 100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같은 해 2월 5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최종기록 1174만6135명)가 3월 1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두 영화가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줬던 2004년 한국영화를 본 전체관객수는 3774만1433명에 불과했다. 두 영화가 그 해 한국영화 시장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에는 전년도 12월 29일 개봉한‘왕의 남자’(최종기록 1230만2831명)가 2월 11일 1000만 관객을 넘었고 ‘괴물’이 6개월 뒤인 8월 1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 두 편과 함께 다른 한국영화들도 흥행에 탄력을 받으며 2006년은 한국영화 전체 관객수가 9174만5620명까지 치솟았다. 이전에 없던 한국영화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활황 안에 끼어있던 거품으로 한국영화 시장은 이듬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고 2007년 7584만 관객, 2008년 6307만 관객, 2009년 6884만 관객까지 내려갔다.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2006년 63.6%에서 2010년 46.6%까지 떨어졌다.
외형적으론 축소됐지만, 바닥을 친 한국영화는 그 사이 거품이 빠지고 내실을 다지면서 지난해부터 서서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새로운 장르인 사극 액션 ‘최종병기 활’과 복고 열풍을 낳은 ‘써니’가 700만 넘는 관객을 모으며 30~40대 중년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였고 ‘도가니’와 ‘완득이’ 같은 알찬 영화들이 나와 500만 관객을 넘는 흥행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넘으며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넓히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올 초부터 중·저예산 영화인 ‘댄싱퀸’(409만)과 ‘부러진 화살’(344만)이 한국영화의 강세를 이끈 데 이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468만), ‘내 아내의 모든 것’(458만), ‘건축학개론’(410만), ‘연가시’(451만), ‘도둑들’(1302만: 배급사 기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491만), ‘광해…’ 까지 흥행이 이어졌다. 한 해에 무려 8편의 영화가 400만 관객을 넘었다.
●'한국영화 보기' 일상화 1억 관객 시대 도래
10월 현재까지 영화관을 찾은 전체 관객수가 1억5335만2664만명으로 지난해 전체 관객수인 1억5972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추산해 전체 관객수가 1억8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작년(1억5972만4465명)에 비해 12.6%가량 성장하는 것이다.
한국영화는 국내 영화시장의 이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성수기인 2월과 8월 각각 75.9%, 70.2%를 찍었다.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세 편을 보면 그 중 두 편이 한국영화였다는 얘기다.
한국영화가 동원한 관객수는 벌써 8억867만6991명으로, 2004년에 비하면 3배 수준으로 성장했고 최고치를 찍은 2006년(9174만 명)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올 연말까지 무난히 1억 명을 넘을 거라고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한국영화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서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주저없이 한국영화를 선택하고 있다. 새로 나온 ‘재미있다’는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도 많다.
한국영화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국영화를 피해 개봉 시기를 잡느라 진땀을 빼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여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나 가을 개봉한 ‘본 레거시’ ‘레지던트 이블 5’ 등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대작들은‘도둑들’과 ‘광해…’의 기세에 밀려 기대만큼의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비수기까지 시장 확대, 관객층도 넓어져
‘광해…’는 특히 통상 비수기로 인식된 9월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기존의 흥행작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이전까지 역대 9월 개봉작 중 흥행을 거둔 것은 ‘타짜’(2006년·684만)와‘도가니’(2011년·466만) 정도였다. 여름·겨울 방학 시즌과 달리 9월은 상대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줄어드는 시기였고 이런 인식 때문에 영화사들은 제작비 규모가 큰 영화들의 경우 가을 개봉을 피했다.
하지만, ‘광해…’의 성공은 이런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영화의 질만 좋다면 비수기에 개봉해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특히 주 5일제가 거의 완전히 정착되고 초·중·고교까지 주 5일 수업이 확대되면서 주말 관객이 더 늘었다. 오랜 경제 불황 속에 영화가 다른 문화상품에 비해 싸게 향유할 수 있다는 점도 영화시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관객 연령층의 확대도 두드러진 추세다. 우리 사회의 경제·문화적 수준의 발달에 따라 중·장년층도 적극적으로 문화를 향유하려는 요구가 커졌고 영화사들도 이에 맞춰 타깃층을 중·장년층까지 넓게 잡은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광해…’와 ‘도둑들’이 대표적이다. ‘광해…’의 경우 맥스무비의 예매율 기준으로 20대가 25%, 30대가 41%, 40대 이상이 32%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써니’나‘완득이’같은 영화도 30~50대의 두터운 지지를 얻었고 사회성 짙은‘부러진 화살’이나 30~40대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댄싱퀸’ ‘내 아내의 모든 것’, 80년대를 추억한 ‘범죄와의 전쟁’,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30~50대 관객을 잡은 것이 흥행에 큰 요인이 됐다.
'광해…’를 제작하고 투자·배급까지 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이번 ‘광해…’의 성공을 통해 콘텐츠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과 결국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좋은 기획으로 영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보다 더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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