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의행 수산초중교감

 

온 세상은 가을의 축복 속에 가득하다.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행복한 풍경과 가을향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 여름날 뜨거웠던 고행을 뒤로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할 때 펼쳐지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 이상의 감동이다.

눈만 뜨면 대선소식이 어지럽다

매일 쏟아지는 공약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홍보들이 가을 맛을 잃게 한다.

속까지 순수한 자연을 볼 때마다 인간성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정치판이 가장 그렇다.

그나저나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하지만, 지나놓고 보면 말잔치에 불과했었고, 교육특색은 정권의 색깔에 따라 변질되었다. 교육은 그들의 부족한 철학을 채워주고 홍보하는 역할에 충실했을 뿐, 교육 본연의 자세를 지켜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그들은 대통령만 되는 게 목적인 것 같은 느낌만 짙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러나 지금 교육이 불안하고 교권이 추락하고, 교육계도 대립도 심각하고,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흔들리고, 현장의 피로감은 더욱 쌓여만 갔다.

여러 가지 제도는 의회나 정치꾼들에게 의해 제멋대로 재단되고 있다. 행정가들은 자기 조직이나 울타리를 쌓기에 진력하고 있다.

정작 전투병 같은 임무를 맡은 사제동행의 교사는 의식과 근무여건과 복지, 만족도, 승진 및 전보제도, 교권등 여러 상황을 점검하고 배려해야한다. 교사야 말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마술사 같은 존재다.

금년에도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명퇴자가 많이 늘어났다. 전에는 교사들이 봉급이 적어도 교장이 권위적이어도 보람을 느끼며, 스승의 길을 묵묵히 갔다. 그러나 오늘은 어떤가. 월급을 조금 더 받아도 그냥 싫다는 것이다. 교사가 가르침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자긍심을 갖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그럼에도 교과부에서는 명퇴를 개인 사정으로 치부하거나, 발령자가 해소차원에서 일말의 동정도 없이 털어냈다. 마치 교단의 어려움과 극한상황의 책임을 학교와 그들에게 전가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나 대책도 없이 주무자들은 경제원리와 경쟁체제를 도입해서 교육을 혼란시키고 있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겨야한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킨다면서 잘 하는 학교만 지원해주고, 경쟁을 부채질하여 학교와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농촌소규모 학교를 살린다고 하면서 통폐합을 주도하고 농촌교육을 황폐화시켰다. 교과부에 절반은 행정이아니라 교육철학이 있는, 경력이 있는 분들로 개편해야 한다. 교육은 돈이 아니고 속도전도 아니고, 치열한 경쟁체제도 아니다.

공약대로 사교육이 수그러들었는가. 그렇다고 입시에 공장성이 얼마나 확보되었는가. 믿었던 정권도 큰 믿음을 주지 못하고, 보여주는 행정에만 수치만 높이는 데 관심을 두었다.

현장에서 교사의 사기는 떨어지고, 한숨소리만 커져 갔다. 생활지도에 문제가 심각했다. 가르치는 수업보다 학생관리나 폭력예방이 주업무가 되었다고 야단이다.

사건이 터지면 담당교사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학교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

이제 교사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경쟁체제 도입으로 대우도 다르고, 초빙에서도 밀리는 보통의 교사는 더 더욱 힘을 잃는다. 어디 교사뿐이더냐 교감도 수석교사제도에 제빛을 잃고, 교장도 제 맘대로 할 게 없다. 어느 부서를 보든 교장 대접을 해주는 정권 없었다.

교장은 퇴주잔처럼 취급받고, 뒷자리에서 빈자리 채우는 게 사회행사였다.

교육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 인냥, 무슨 다리 공사하듯 부수고 새롭게 세우기만하면 다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영혼없는 교육자이다. 그리고 교사를 무슨 말단 공무원이거나 사무직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이다.

말없는 침묵자라고 함부로 보지마라. 교사가 되려면 수능 3%이내 들어야 하고, 임용고사를 치러야 하고 치열한 평가를 치러야 가능하다. 아무나 교사가 되는 것처럼 교사를 우습게 여기는 정치권과 정권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이번에 단연코 교육대통령이 뽑혀야 한다.

교육이 안정되고 학교교육가족이 행복하며,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 질 높은 교육서비스로 우리 사회에 교육이 꽃피고 맑은 기운이 번지는 하늘을 보게 해야 한다.

꿈이 살이 있는 학교생활, 학교마다 특색이 있는 열매를 맺고, 신선한 프로그램에 감동받는 그런 학교가 되도록 나라의 지도자들은 그냥 지원만해주면 되는 것이다.

가을은 성스러운 계절이다. 향기로움과 아쉬움, 자신도 성찰해 보고, 인생의 행간을 들춰본다. 낙엽길엔 자연의 메시지도 경이롭다. 섣불리 정권의 욕심으로 교육을 좌지우지하거나, 권력으로 교육계를 폄하하는 정권은 승리할 수 없다. 이번 대통령은 교육을 둘러리가 아닌 중심에 두고 스승을 하늘같이 떠받는, 깊은 감동을 주는 교육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허의행 <수산초·중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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