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고 ‘짱돌’이 날아다니던 시절. 많은 사람이 기억하거나 전해 들은 1980년대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암울한 시대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재구성한 독특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다.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이다.

영화는 제목부터‘강철대오’와 ‘구국의’란 단어를 사용해 1980년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 학생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 이름 앞에 붙인 수식어가‘구국의 강철대오’였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일반적인 해석을 뒤엎는 반전의 매력을 제목 속에 넣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강대오’(김인권 분)이고 그는 철가방을 들고 다니는 중국집 ‘중화루’의 배달부이다.

영화는 이렇게 어두운 시절의 대명사를 경쾌한 코미디의 틀 안에 넣어 따뜻하게 추억할 수 있는 순수한 청춘의 회고담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언뜻 보면 1985년 실제로 있었던 대학생들의 서울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채웠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영어 회화에 아주 약했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 참사관·문화원장과의 협상에서 아무도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장면은 특히 재미있다.

그 시대를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웃음의 농도가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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