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CIA의 인질 구출 작전
영화제작자로 위장해 잠입
후반까지 긴박한 장면 연출

 
 
 
 
 
 
기상천외한 인질 구출 작전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속 인질 구출 작전은 바로 영화 찍기를 거짓으로 꾸민 작전이어서 더 흥미롭다. 미국 역사상 실존했던 CIA의 인질 구출 작전 아르고이야기다.
1979년 이란에서는 미국에 대한 증오가 불길처럼 치솟는다. 미국의 지원 아래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던 왕의 독재가 민중 혁명으로 종말을 맞았으나 미국은 도망간 왕을 숨겨줘 이란 국민의 분노를 산다. 군중은 이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쳐들어가 직원 60여 명을 잡아가고 스파이로 활동했다며 처형하려 한다.
이때 직원 중 6명이 탈출에 성공해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는다.
미국에서는 이들을 구하기 위한 다양한 작전이 논의되지만 이란 시민군의 철통 같은 보안을 뚫을 마땅한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운다. CIA의 구출 전문요원 토니 멘데스(벤 에플렉 분)’가 호출돼 머리를 짜내던 중 우연히 TV에서 영화를 보다가 기상천외한 작전을 생각해내게 된다.
아르고라는 제목의 가짜 SF영화를 제작하는 것처럼 꾸며 인질들을 이란에 촬영 장소를 알아보러 간 영화 스태프로 위장해 빼내오는 것이다.
멘데스는 실제로 할리우드 제작자들과 팀을 짜 가짜 시나리오를 사고 배우들을 캐스팅해 기자회견까지 떠들썩하게 한다.
그리고 테헤란에 잠입해 인질들을 이 작전에 참여하도록 설득한다. 반신반의하는 인질들을 어렵게 설득하지만, 이번엔 미국 국무부에서 말도 안 되는 작전이라며 훼방을 놓는다. 사면초가에 몰린 멘데스는 어찌할 줄 모르고 괴로워한다.
실제로 미국 역사에 있었던 이 구출 작전은 결국 성공한 작전으로 남는다. 하지만 국가 기밀 정보로 봉인돼 오랫동안 알려지지 못하다가 3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한다. ‘아르고는 세상에 알려진 영화 같은 실화를 진짜 영화로 만든 것이다.
주연을 맡은 벤 에플렉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한때 잘생긴 외모로 많은 여성 팬을 이끌었던 벤 에플렉은 이번에도 중후한 멋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소 복잡한 얘기를 안정적이고 매끄럽게 풀어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실제 작전이 실행되고 인질들이 비행기에 탈 수 있느냐 마느냐 기로에 놓인 긴박한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촘촘하게 연출됐다.
이란 시민군이 한데 모여 미 대사관에서 파쇄된 종잇조각을 이어붙이면서 탈출한 인질들의 얼굴 사진을 완성해 가는 장면은 영화 중간마다 계속해서 삽입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성난 이란 군중의 분노한 모습도 실감 나게 표현됐다.
다만, 이란의 현대사에 개입한 미국의 얼룩진 과거사나 CIA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초반의 내레이션 설명으로 그쳐 이란으로서는 아픈 현대사의 한 부분을 지나치게 미국 중심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