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창가·독립운동사 연구에 획기적 자료"

 

 

 

 

현존 창가집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보이는 1910년 필사본 애국창가집이 공개됐다.

17x22cm의 한지에 필사된 이 창가집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이메리(한국명 윤조향·尹朝香·73) 여사가 보관해오다가 25일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한 것으로 근대 시가와 애국창가, 독립운동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가집의 표지에는 '융희(隆熙) 4년 7월 15일 손봉호(孫鳳鎬)'라고 간행기록(刊記)을 적어놓았고 '윤백령 장서(尹白嶺 藏書)'라는 붉은색 고무도장 글씨도 선명하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연호인 '융희 4년'은 1910년에 해당한다. '윤백령'은 이메리 여사의 부친 윤성도 씨를 뜻하며 '백령'은 호이다.

일제의 강제병합 45일 전 출판을 목적으로 청서(淸書)한 것으로 보이는 이 창가집은 목록(3쪽)을 포함해 32쪽 분량. 1장 '정신가(精神歌)'와 14장 '건원절(乾元節·순종 탄신일) 경축가' 등 총 14편을 담고 있다.

창가집 소장자 이 여사는 선친에게서 물려받아 애지중지 보관해온 것이라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창가를 채집하셨을 손 선생님의 노력이 늦게나마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연구에 널리 활용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가장 오래된 애국창가집임을 보여주는 간행기록과 필사자 이름이 있는 데다 그동안 제목만 전해 내려온 노래의 가사 전문이 보존돼 있다는 점에서 근대 시가사(史)는 물론 음악사, 독립운동사 연구에 대단히 소중한 자료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한겨레아리랑연합회의 김연갑(58) 상임이사는 "지금까지 한국의 첫 창가집으로 알려진 학부 편찬 '보통교육창가집'(1910년)에는 일본 창가가 수록된 데 비해 이 자료는 '독립', '무기', '원수' 등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순수 애국창가 모음집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창가가 대중에 쉽게 전파될 수 있도록 대개 3-4절씩 기록된 반면 이 창가집은 4절(12장 애국가)에서부터 많게는 10절(1장 정신가 등)까지 가사 전편을 수록하고 있어 근대 시가와 창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 이사는 기대했다.

김 이사는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 창가집의 경우 대개 필사자나 간행기록이 없어 수록된 노래의 창작 연대나 처음 불린 시기를 추정하기 어려웠다"면서 "이 창가집의 노래들은 적어도 1910년 이전에 불렸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찬(55)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도 사립학교에서 불리던 애국창가들은 주로 제목만 있거나 기록으로만 전해졌는데, 이 문건은 많은 작품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줘 의미가 크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독립운동 시가 14편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1910∼20년대 중국 독립운동 진영과 미국 하와이에서 펴낸 '악보가 딸린 창가' 즉 부곡(附曲)과 비교하며 동일 작품을 노래로 재현해볼 수 있고 그 가사의 원형도 알게 된 점이 중요하다는 게 민 교수의 판단이다.

12장 '애국가'의 후렴이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기리 보전하세'로 현 애국가와 똑같은 점도 주목을 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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