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 정 청주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

사치스런 미사여구(美辭麗句)를 거두고 그대들에게 권하니 그저 정처 없이 걷길 바랍니다.

비린내가 누렇게 발작 할 때까지 땀을 흘리며 가을을 바짝 주워담길 바라며, 멸치대가리 뽀얗게 빠닥빠닥 말라가듯 젊은이의 관절을 혹사시키며 걷길 바랍니다.

스펙이 중요하다고 하는 그대들이 진정한 스펙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모르기에 갑갑하기도 하여 권하는 이야기입니다.

가슴에 품은 목적과 목표 없이 타자(他者)에 의해 쌓고 있는 그 스펙이라는 사치는 스펙이 아니라 종살이 자격증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결정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내 선배들도 나를 보며 쯧쯧 거렸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내가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하려니 나 또한 벌줌 해지긴 합니다.

나 또한 겨우 지금에서야 깨닫게되어 할 말은 없지만 나의 후배들은 나보다 짧은 시간이 걸리길 바랄뿐이기에 한마디 보태는 겁니다.

그리고 질문해보길 바랍니다.

개똥철학 일지언정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원초적인 물음부터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간곡히 권해봅니다.

그냥 걸으며 오랜만에 땅도 보고 하늘도 보고 못생긴 내 발모양도 한번 들여다보며 수없는 질문을 해보십시오.

그대들이 거울에 얼굴 비추 듯, 병원에 수술비 내듯, 땅바닥에 하늘바닥에 그대들의 얼굴을 비추어보길 애절하게 바랍니다.

대단한 뜻을 가지고 걷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며 걸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무엇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의 순간들이 덤벼드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혼자 걸으며 똥은 어디에서 쌀지 밥은 어떤 걸 먹어야 할지 잠은 어디서 자야할지 매순간이 결정이며 매순간이 혼자임을 알게 되는 순간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것이 덜 외롭다는것도 알게 될 것 입니다.

세상에 사람으로 머물면서 단 한사람의 마음 그것도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밀리는 대로 타자(他者)가 바라는 대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불행이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어떤놈은 손톱에 때가 껴도 근사한데 어떤 놈은 다이아를 끼고 프랑스의 소떼르느(Sauternes)와 바작(Barsac)에서 깐깐하게 검증한 와인을 치켜들어도 꼴값처럼 느껴지는 것은 스스로가 충만하지 않은 과시로 보여 지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지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이겠습니까.

벙거지 모자 쓰고 어울리지 않는 웃음 한방 날리며 생각없이 걸어봅시다.

17세의 나이로 오토데스트뤽시옹(Autodestruction·자기 파괴 작업)을 시작한 천재 시인이자 탕아인 랭보의 거친 가슴으로 걸어봅시다.

빛나는 20대가 그대들의 가장 빛나는 역사가 되도록 인생을 즐기는데 소홀하지 않길 바랍니다. 죽도록 사랑하고 죽도록 마셔보고 죽도록 공부해보고 죽도록 걷길 거듭 청해봅니다.

다음은 김하인 시인의 청춘이란 시 구절입니다.

이해하기 힘들어라. 내 젊은 날은 왜 그리 말도 없이 훌쩍 날 떠난 건지. 청춘 옆에는 시든 풀잎과 낙엽이 가득 실린 기차가 늘 대기 중이었던가. 바람처럼 빠르고 긴 기차가. 지금 봄에서 진달래와 개나리 내리고 내리자마자 돌아와 연인 찾듯 앞다투어 피어나는 벚꽃의 떠들썩함. 정작 어느 겨울인가 떠난 그대도 안 오고 내 청춘도 끝내 안 돌아오고 폐쇄된 간이역 같은 내 마음은 지금까지 폭설 중 가버릴 양이면 사랑이나 그리움 같은 분홍진 것들 전부 데리고 영원히나 가버릴 것이지.청춘이 지나간 뒷자리엔 쓸모 없는 봄만 가득히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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