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최형우(29·삼성)의 방망이가 터졌다.

최형우는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팀이 2-0으로 리드를 잡은 3회말 우중간을 가르는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며 드디어 '해결사 본능'을 드러냈다.

최형우의 만루포 덕에 멀찌감치 달아날 수 있었던 삼성 라이온즈는 결국 SK를 8-3으로 꺾고 2연승을 거둬 통산 여섯 번째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최형우는 전날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리기도 했지만 삼진도 당하는 등 중심타자로서 제 구실을 못했다.

SK 선발투수 마리오 산티아고와 올해 처음 맞대결을 벌인 이날 2차전에서도 2회 첫 타석 때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돌아섰다.

하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배영섭의 2타점 2루타로 균형을 무너뜨린 삼성이 계속해서 2사 만루 찬스를 이어갈 때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마리오의 시속 124㎞ 체인지업이 바깥쪽으로 높게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최형우의 방망이를 떠난 공은 우중간을 가르며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20m짜리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마리오는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최형우는 경기 후 "1회에 봤을 때보다 변화구가 밋밋했다"면서 "마침 변화구 4개가 연속 와서 그 타이밍에 맞춰 쳤다"고 밝혔다.

전날 결막염에 걸렸다는 그는 "눈이 안 좋아서 그냥 냅다 휘둘렀는데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만루홈런은 포스트시즌에서 이번이 11번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프로야구 출범 첫해인 1982년 OB 베어스의 김유동, 2001년 두산 베어스의 김동주에 이어 최형우가 세 번째다. 공교롭게도 이전 두 차례 만루홈런 모두 삼성이 얻어맞았다.

최형우는 "다른 때 홈런과 기분은 비슷하다"면서 "두 달 홈런을 못 쳤는데 그 짜릿한 맛을 오랜만에 느낀 것은 좋았다"고 말했다.

최형우가 최근 홈런을 친 것은 지난달 2일 정규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였다.

최형우는 홈런·타점· 장타율에서 3관왕을 차지하고 한국 최고 타자로 우뚝 선 지난해에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278에 홈런 한 방을 터뜨리고 삼성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 정규리그에서는 타율 0.271, 홈런 14개에 그쳐 이번 한국시리즈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4번 타자 박석민이 옆구리 통증으로 제 스윙을 못해 삼성이 5번 최형우에게 거는 기대는 더욱 컸다.

최형우가 이날 네 차례 타석에 들어서 기록한 안타는 홈런뿐이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의 전체 판도를 좌지우지할 2차전 승리를 삼성에 안긴 값진 한 방이었다.

 

데일리 MVP(최우수선수)의 영예도 최형우에게 돌아갔다.

최형우는 오는 12월1일 결혼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한국시리즈 끝나면 얘기하려고 했는데…"라면서 잠시 수줍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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