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베테랑 유격수 박진만(36)의 타구가 비수가 돼 삼성 라이온즈의 가장 아픈 곳에 박혔다.

박진만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추격의 불을 댕기는 홈런과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을 올리며 드라마같은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이날 박진만의 활약은 중요한 고비마다 터졌기에 더욱 눈부셨다.

2회말 첫 타석부터 우전 안타를 때려 타격감을 다듬은 박진만은 팀이 3-6으로 추격에 나선 4회 선두타자로 등장, 왼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려 달궈진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삼성이 흐름을 끊으려 왼손 차우찬을 투입한 직후였기에 이 홈런은 1점 이상의 타격을 줬다.

6회에도 마찬가지였다.

5-6까지 따라붙었다가 1점을 더 허용해 5-7로 격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SK가 얼마나 힘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다시 선두타자로 들어선 박진만은 권혁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흐르는 2루타를 뽑아내 역전의 불씨를 되살렸다.

베테랑 박진만이 살려 놓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SK는 6회에만 6점을 내고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박진만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유격수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 삼성과 SK를 거치며 모은 우승 반지만 6개다.

비호같이 움직여 타구를 잡아 유연하게 1루에 송구하는 박진만의 '명품 수비'는 늘 그가 소속된 팀을 최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까지 막을 수 없던 박진만은 어깨와 무릎 등 부상에 시달리다가 삼성의 김상수(22)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2011년 SK 유니폼을 입었다.

여전히 안정감 있는 수비 실력을 뽐냈지만, 수비 범위가 줄어든 탓에 올해는 1루수로 나서기도 했다.

경험이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주전 유격수로 나선 박진만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부터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여주며 팀을 6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타격에서는 큰 힘을 보태지 못했기에 2차전에서는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채 팀의 대패를 지켜봤다.

경기 막판에 그라운드를 밟아 사상 최초로 포스트시즌 100경기 출장이라는 대업을 이뤘지만, 다소 초라한 느낌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박진만도 "팀이 져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고 웃었다.

그러나 3연패로 몰릴 위기에서 박진만은 중요한 순간마다 맹타를 휘두르고 팀을 구했다.

이날 박진만의 활약은 특히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결정적 실책과 대비되면서 더욱 돋보였다.

김상수는 6회 1사 1, 3루에서 몸을 던져 최정의 타구를 잡아 놓고도 이를 알지 못해 1루 주자를 잡을 기회를 놓쳤다.

이어 1루 송구에서까지 실책을 범하는 바람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주고 말았다.

 

좋은 수비를 하고도 경험이 부족해 침착하게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박진만은 뒤늦게 포스트시즌 100경기 축포를 쏘아 올리는 동시에 자신을 내보낸 팀에 '베테랑의 가치'를 시위하듯 드러낸 셈이 됐다.

박진만은 "벼랑 끝이라는 상황이 삼성 선수들보다 우리에게 높은 집중력을 선사했다"며 "1~2차전에서는 찬스를 살리지 못해서 위축됐는데, 오늘 선취점을 올리자 자신감이 생겨 엉킨 실타래가 싹 풀리듯이 모두의 타격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1차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오늘 지면 시리즈 전체가 넘어가는 만큼 크게 뒤질 때에도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1-6이 됐을 때 야수들끼리 모여 '지더라도 SK다운 야구를 보여주자'고 서로 독려한 것이 높은 집중력으로 연결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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