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하는 한 마디 개그가 가진 장점이 뭐냐면, 웃기기 때문에 다 용서가 된다는 거죠.”
특유의 눈웃음에 한 손으로 다른 팔을 잡은 채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케이블 채널 tvN의 생방송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박 후보를 패러디한 캐릭터 ‘박그네’를 연기하는 개그맨 정성호(36·사진)다.
“한 번 촬영하면 ‘긁어주는’ 재미가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패러디를 너무 좋아해서 틈만 나면 하는 편이에요. 누구를 흉내 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그는 누가 봐도 영락없는 박 후보일 정도로 닮은 모습 때문에 조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처음 ‘박그네’ 연기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주위를 얼마나 두리번거렸는지요. 박근혜 후보를 좋아하는 분이 봤을 때는 싫을 수도 있거든요. 분장을 한 뒤에는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해도 죄송하다고 말해요. 사람들이 볼까 봐 담배도 숨어서 피웁니다.(웃음)”
그는 지난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에서 ‘박그네’ 캐릭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올해부터는 ‘SNL 코리아’에서 방송의 핵심 캐릭터 중 하나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1998년 MBC 공채 9기로 개그맨 생활을 시작한 정성호는 2006년 MBC ‘개그야’의 코너 ‘주연아’를 히트시키며 오랜 무명 생활에서 벗어났다.
지난해에는 MBC ‘웃고 또 웃고’에서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코너 ‘나도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을 모티브로 한 ‘정재범’으로 분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성우 박일 씨가 한 만화 더빙 같은 것을 흉내 내다가 목소리를 만들었죠. 군대에서도 연대장님 흉내를 내서 포상 휴가도 나갔고요.”
어린 시절부터 TV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배한성, 양지운 등 성우의 목소리를 줄곧 따라 했다는 그는 확실히 ‘패러디의 달인’이었다.
최근 ‘SNL 코리아’를 통해 선보인 ‘슈퍼스타 K4’의 심사위원 이승철 패러디를 두고 정성호는 “언제 이승철 흉내를 내보겠느냐”라며 “장진 감독님이 이승철 씨 성대모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봐서 그 다음날 바로 촬영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박그네’ 캐릭터는 우연히 식사자리에서 ‘웃는 모습이 박근혜 후보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구상한 것. 세밀한 묘사를 위해 매일 박 후보와 관련된 TV 뉴스를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고, 팬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까지 꼼꼼히 확인한단다. 그는 “부분 부분을 ‘업그레이드’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패러디는 최근 근황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박근혜 대표 관련 사이트에도 다 등록돼 있다”고 ‘박그네’가 되고자 쏟는 노력을 전했다.
그는 지난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친정’ MBC의 새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에도 출연하고 있다. MBC가 파업을 겪는 통에 시작이 늦어지면서 출연진들이 많이 빠져나간 데다 방송 시간도 자정을 넘긴 시간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정재범’, ‘박그네’, 이승철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신해 온 그는 현재 박태환 선수의 패러디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