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이 없을새 글노 설워하노라

 

조선 선조때 박인로가 지은 조흥시가 라는 평시조다 저자는 벼슬길에서 물러난 후 낙향하여 안빈낙도를 실천했다.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인 한음 이덕형의 집에 놀러갔다가 감을 대접받고 불현 듯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나 이를 슬퍼하며 지은 노래다.

중국 후한시대 육적이라는 사람이 어려서 원술을 찾아갔더니 귤 세 개를 먹으라고 주었는데 이를 먹지 않고 품속에 품었다가 일어설 때 품었던 귤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원술이 귤을 먹지 않은 연유를 물은즉 어머님께 드리려 품었다고 하더라는 것이 육적회귤(陸積懷橘)의 고사다.

이는 곧 효도를 뜻한다. 효는 백가지 행실의 근본이라는 옛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시대에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우리나라의 감 재배 역사는 고려 명종(1138)때에 흑조(고욤)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으며, 고려 원종(1284~1351)때 농상집요(農桑輯要)에 감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재배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국조오례의(國朝五禮義)에서 강희맹은 중추제에 제물로 사용하였다 고한 기록이 있으며 고사십이집 에는 감식초 제조법과 홍시 만드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단감은 지리산 남부에 산재되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1910년경 일본에서 도입된 것으로 재배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단감은 과육에 들어있는 타닌이 응고 침전되어서 단맛을 내는데, 타닌이 당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고 불용성이 되어 떫은맛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감 품종들은 대부분 떫은 감인데 요즘 널리 재배되는 단감은 일본에서 들여온 부유(富有)가 주를 이룬다. 부유는 떫은 감에 비해 내한성이 약하기 때문에 9월 평균기온이 21~23°C, 10월 평균기온이 15°C 이상이어야만 좋은 품질이 생산된다.

감 재배단지로는 경상남도 진영의 단감이 유명하다. 민간의학에서 풋감의 떫은 즙과 감나무 잎을 중풍 고혈압 등의 치료와 예방에 쓰고, 이외도 감꼭지와 감나무 껍질, 뿌리 등이 활용된다.

감 즙은 방부, 방습, 수렴 등의 효과가 있어 화상이나 동상, 타박상 치료에 쓰기도 한다.

감의 효능을 살펴보면 카로틴과 비타민C 가 풍부하여 감기예방에 효과가 크고, 비타민은 귤의2배 사과의 6배로 피로회복과 노화예방에 좋다고 한다.

특히, 혈압이 높아지는 안지오텐신을 억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노폐물을 제거하여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에 좋다.

그밖에 한방에서는 숙취해소, 열병해소, 면역력증가, 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천연약품 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무결점 과일이다.

집 지을 당시 뒤뜰에 동생이 감나무를 심었다.

전혀 관리도 하지 않고 무심히 지냈는데 몇 년 전부터 탐스런 감이 열렸다. 한 해 두해 해를 거듭하면서 점점 가지가 부러질 만큼 많은 감이 달렸다.

해거리를 하는 감은 서리를 맞고나면 빛깔도 고와지고 당도도 높아진다. 무지하고 게으른 탓도 있지만 한 번도 약을 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각종 벌레나 병에 노출되어서 겉으로 보는 모양은 매끄럽지 못하지만 맛은 일품이다.

감은 뭐니 뭐니 해도 홍시가 최고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홍시는 단맛과 찬 성질이 있으나 독이 없고 심장과 폐장을 부드럽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여 주독을 푸는데 효과가 있다.

또 폐의 위축과 심화로 생기는 열을 다스려 낫게 하고 더위로 일어나는 발진과 열독을 풀어준다 고 기록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연로하여 이가 성치 않은 어른들의 즐거운 간식으로 홍시가 많이 애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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