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환 세명대 교수

 

최근 야후가 올해 말로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2000년대 초까지 인터넷포탈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야후가 실패를 자인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 선언을 한 것이다. 야후의 실패는 한국의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지금 포탈 시장의 강자는 국내 토종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이다. 두 업체는 지식 검색, 카페, 블로그, 게임 등 변화하는 이용자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한 반면 야후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야후는 미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검색 엔진 사이트 점유율은 201210월 현재 구글, 마이크소프트에 이은 3위다. 야후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구글 출신의 경영자를 맞아 내부소통 강화등 구글 문화를 수혈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부동의 1위 업체였지만 소통의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선이 불과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선에 문제가 없어보이던 박근혜 후보의 위치에 균열이 오고 있다. 아직까지 다자대결에서는 박후보가 부동의 1위이지만, 박후보와 문재인 후보 또는 안철수 후보와 양자대결의 경우 승부는 투표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로 공히 박후보의 불통이미지를 지적하고 있다. 원칙을 표방하고 있지만, 본인의 기대와 달리 소통 부족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박후보의 소통 부족은 새누리당 내부, 심지어 우호적인 매체에서조차 지적하고 있다. 박후보는 당내에서 소수의 측근들과 정책 결정을 해 사당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선룰과 공천헌금 등으로 불참파동을 겪었고, 근래에는 대통합행보를 하면서 일방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내에 분란을 자초하기도 하였다. 정수장학회 기자회견도 문제를 풀기 보다는 논란만 키운 상황이 되면서 다시 소통 부재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일장학회의 승계문제, 강압에 의한 헌납문제 등 기본적 사실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이유를 토론 부재 등 당내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 등 가족사와 관련있는 부분만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로 소통 문제를 보는 것이다. 박후보가 과연 민주적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박후보는 최근 여성대통령이야말로 정치개혁이라는 캠페인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27일 박 후보는 여성리더십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교육보육학교폭력전세난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는 여성이 하면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러한 박후보의 캠페인에 대해 그동안 박후보가 여성문제에 무관심했다는 점과 더불어 일하는 여성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허나 개인적으로 박후보의 공언은 스스로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에 반갑다.

박후보의 여성대통령론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박후보가 시장과 기업 중심의 철의 여인대처 영국 수상을 언급한 것은 어폐가 있지만,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에 기반을 두고 여성적 리더십을 말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여성적 리더십의 장점은 경쟁과 공격 보다는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박후보 스스로 공감과 소통을 화두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박후보에게 앞으로 기대할 일은 이제까지 불통의 이미지를 버리고 공감과 소통을 실현하는 것이다. 공감과 소통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금의 문제를 푸는 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박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제에서 공감과 소통의 파라다임을 실현하는 것이 순서다. 정수장학회 문제도 있지만 더 급한 것은 파행적인 MBC 문제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오고, 국회를 기만하고 있는 김재철 사장의 문제는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많은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MBC 민영화 문제가 후보 본인과 관련해서 논란이 컸던 만큼, 김재철 사장의 인사 문제는 박후보의 공감과 소통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박후보가 통큰 행보로 공감과 소통을 실현하기를 기대한다. 미래는 현재를 풀면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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