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FA..구단 동의 얻으면 일본 구단 '임대' 가능

 

 

 

 

 

프로야구 최고의 소방수로 삼성 라이온즈를 한국시리즈 2연패로 이끈 '끝판대장' 오승환(30)이 일본 진출의 꿈을 이루고자 조만간 본격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한국시리즈에서 2세이브를 올리며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오승환은 곧 구단 관계자와 만나 일본 진출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구단의 동의를 받으면 자유계약선수(FA)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7년차 FA' 신분을 취득했다.

오승환은 뛰고 싶은 무대로 미국보다 일본을 염두에 두고 있다.

2003년 제정된 한·미 선수 계약협정에 따라 '7년차 FA' 때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거쳐야 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특별한 규정이 없어 오승환은 구단의 허락만 받으면 '임대' 형식으로 진출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의 결단에 따라 이번 겨울 오승환의 거취가 판가름난다.

데뷔하던 해 중반부터 삼성의 뒷문을 책임진 오승환은 올해까지 통산 249세이브를 올리고 한국프로야구의 세이브 역사를 통째로 바꿨다.

그는 전매특허인 '돌 직구'를 앞세워 2007년 최소경기(180경기) 100세이브, 2009년 최연소(26세9개월20일)·최소경기(254경기) 150세이브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작년 역대 최연소(29세28일)·최소경기(334경기) 200세이브를 달성한 오승환은 올해 7월1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통산 228번째 세이브를 따내 김용수(전 LG)를 제치고 마침내 통산 최다 세이브 1위로 올라섰다.

2006년과 2011년 한 시즌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인 47세이브를 올리는 등 오승환은 세이브와 관련해 독보적인 기록을 냈다.

게다가 2005·2006·2011·2012년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아 그는 국내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오승환은 자연스럽게 더 큰 무대를 향해 눈을 돌렸고 절친한 선배 임창용(36·야쿠르트)이 마무리 투수로 성공 가도를 달린 일본을 택했다.

임창용은 올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일찍 접었으나 지난해까지 4년간 통산 128세이브를 올리며 일본 최정상급 소방수로 맹활약했다.

선수 인생의 전성기에 접어든 오승환은 현재 미무리 기근 현상을 겪는 일본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꼽힌다.

오승환을 3년간 지켜본 일본인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투수코치도 "그의 직구는 일본에서도 통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문제는 과연 삼성 구단이 오승환의 일본 진출을 허락하느냐다.

삼성 계투진의 정점에 서 있는 오승환은 강력한 불펜을 앞세운 '지키는 야구'로 팀이 2천 년대 들어 다섯 차례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데 핵심 노릇을 했다.

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삼성으로서는 대들보를 쉽게 일본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승환이 2년 후 구단의 승낙 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기는 완전 FA 자격을 얻는다면 삼성은 손도 쓰지 못하고 그를 해외 구단에 뺏길 수도 있어 고민이 깊다.

그래서 현재 구단 내부에서는 오승환이 완전 FA가 되기 전 삼성 소속 선수로 일본 구단에 임대하는 게 낫다는 '현실론'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오승환이 일본에서 성공을 거두면 삼성은 일본 구단으로부터 임대료를 계속 챙길 수 있고, 만일 그가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팀으로 데리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운영난을 겪던 해태 타이거즈는 1996년 선동열을 일본 주니치로 임대하면서 4년간 임대료로 당시로서는 거액인 5억엔을 챙겼다.

1998년 주니치 유니폼을 입은 투수 이상훈도 임대료 2억엔을 소속구단 LG 트윈스에 안겼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68억원(5억엔)과 27억원(2억엔)에 해당하는 액수다.

한국의 특급 마무리를 데려간 일본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삼성은 오승환의 임대 2년 기준 40억원 이상은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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