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안정' 시책에 대선 겹쳐 공급가 인상 '난망'

 

 

국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과 비례해 수입업체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안정' 시책에 대선까지 겹쳐 국제가격 상승분을 국내 공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4일 LPG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11월 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의 국제가격을 t당 1050달러, 990달러로 각각 결정했다. 이는 지난달보다 25달러씩 오른 것이다.

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는 아람코가 내놓는 국제가격을 토대로 다음달 국내 공급가를 책정한다. 12월 공급가는 이달 말 최종 결정된다.

최근 4개월간 프로판 수입가격 추이를 보면 775달러(8월)→970달러(9월)→1025달러(10월)→1050달러(11월)로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부탄가스도 775달러→930달러→965달러→990달러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국제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오르면서 수입업체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LPG 수입업체들은 국제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시장에 유통한다. 이 때문에 국제가격이 국내 공급가 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

문제는 가정 난방용이나 택시 연료 등으로 쓰이는 LPG가 '서민연료'라는 특성이 있어 가격 인상요인이 있다고 무턱대고 공급가를 올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실제 국제가격이 8~10월 3개월 연속 오르는 사이 수입업체가 국내 공급가를 인상한 것은 10월 한 번뿐이다. 9월과 11월은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호응하는 차원에서 동결했다.

현재 300원 안팎의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에서 11월 국제가격마저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은 커지고 있지만 12월 공급가를 올리는 일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민물가에 민감해지는 대선이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LPG가격 상승액을 고려하면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수입대금 부담이 줄어드는 게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난방용 수요 증가 등으로 당분간 국제 LPG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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