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115일 한국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대학 진학 격차의 확대와 기회형평성 제고방안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대 진학률의 서울과 지방간 격차가 벌어지고, 서울에서도 강남3구와 비강남의 차이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전국 평균 서울대 진학률 대비 각 지역별 진학률의 변화를 살펴보면 서울은 2000학년에 전국 평균 대비 155%에서 최근에는 18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개 광역시의 상대진학률은 2000120%에서 지난해에는 85%로 급감하였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특목고를 제외한 강남, 서초 지역의 서울대 진학자 수는 2011년도 기준 173명과 150명으로 서울지역 평균 50.2명을 세 배나 초과하였다. 고등학교 역시 특수목적고 졸업생의 강세가 두드러져 해당 학교 졸업생의 서울대 입학 비중은 200222.8%에서 201140.5%로 빠르게 확대되었다. 결국 특수목적고와 강남3구 학생들의 서울대 입학 비중은 65.7%로 나타나 서울대 입학생 10명중 6명 이상이 특수목적고 또는 강남3구 출신임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특수목적고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특수목적고 입학생의 절반 가까이는 강남3구와 양천, 노원 등 교육특구로 손꼽히는 지역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특수목적고에 가장 많이 보낸 학교는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였다. 결론적으로 국제중-특목고-서울대로 이어지는 학력사슬이 소위 말하는 이 사회의 주류가 되기 위한 코스가 되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3구를 포함한 교육특구에 거주하는 것이 잘못도 아니고 특목고와 서울대에 진학하는 것 또한 잘못이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거주에 상관없이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자라나는 아이들 모두에게 교육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 불평등의 결과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교육의 양극화이고 여기에 편승해서 사회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약 30조원이 넘는 사교육 시장의 성장이다.

교육불평등과 그에 따른 사교육 시장의 성장에 대한 일차적인 원인은 특목고에 있다고 본다. 특목고는 1983년 경기과학고가 설립된 이래 대략 10년여 동안은 우수한 이공계 중심의 인재를 조기에 대학으로 진학시키는데 주력해왔고 당시 인재들이 현재 이공계 분야 곳곳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들이닥친 이공계 위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외국어고와 더불어 특목고는 이공계 중심의 인력양성(과학고), 어문계열 특성화 인력양성(외국어고)이라는 당초의 설립취지가 무색하게 단지 입시명문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에 따라 고등학생 위주의 사교육이 중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 벌여졌다.

현행 중고교 및 대학교 입시제도에 대한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의 교육이 과열되어 있고 그 과열의 중심에 서열화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서열화를 타파하지 않으면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학벌 세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 최소한 의무교육인 중학교, 그리고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어버린 고등학교까지의 서열화는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학고(영재고), 외국어고는 설립취지에 충실하도록 교육 당국의 행정적 지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무분별한 특목고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국민으로서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이고 헌법상 보장된 교육에 대한 권리로서의 의무교육에서 서열화는 기본권 차별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있다. 비록 고단한 삶을 살고 있더라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교육과 삶의 질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열심히 살아가야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자유경제,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목표는 개인의 노력에 따른 자아실현이며 그 근간에는 기회의 균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어떤 학교에 보낼 것인가가 아닌 학교에서 어떤 내용으로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공공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대선후보 모두 교육 기회 균등에 대한 좋은 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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