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섞인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에게 쉽게 등 돌리는 시대에 혈육을 초월한 애틋한 정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부잣집 도련님과 이 도련님을 키운 하녀의 이야기. 4대째 한 가정을 보살핀 뒤 자신은 소박한 삶을 갈무리하는 한 여성과 그녀의 말년을 아들처럼 지켜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 심플 라이프.
이 영화는 홍콩의 유명 영화제작자와 그를 평생 아들처럼 돌본 가정부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천녀유혼시리즈와 황비홍등을 제작한 홍콩 프로듀서 로저 리가 들려준 이야기를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로 불리는 쉬안화 감독이 영화로 연출했다.
영화는 아타오(예더셴 분)가 장을 보고 로저(류더화)의 아침밥을 차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로저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아타오가 내오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천천히 먹는다. 꽤 긴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주는 이 시퀀스는 로저와 아타오의 관계를 보여준다. 친엄마라 하기엔 밥을 해먹이는 여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말 한마디 오가지 않는다. 아타오는 이 집안에서 60년 동안 일했고 로저가 태어날 때부터 맡아 길렀다.
자신의 삶 속에 공기처럼 존재한 아타오에게 내키는 대로 반말을 하는 로저는 거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 또 뭐가 먹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출장을 떠난다.
로저의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 가고 로저와 단둘이 남아 단출하게 살아가는 늙은 아타오에게 다른 가족은 없다. 로저가 출장을 간 사이 뇌졸중(중풍)으로 쓰러지지만, 그녀를 돌봐줄 사람도 로저 외에는 없다.
영화는 중풍에 걸린 아타오와 그녀를 끝까지 돌봐주는 로저의 얼굴을 번갈아 비추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진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의 감정을 겹겹의 결로 보여준다.
가족을 뛰어넘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다.
22일 개봉. 상영시간 118.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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