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고운 영혼 봉사단

 

가덕리 노인정에서 영정사진을 찍고 기념촬영시골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5년째 노인들에게 무료 영정사진을 만들어 주는 봉사단체가 있다.

옥천군의 ‘고운 영혼 봉사단’(단장 홍기엽)이 그 주인공.

이 봉사단은 노인들이 영정사진의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사진관이 많지 않은 시골 특성상 포기하는 이가 많다는 것에 착안해 무료 영정사진을 만들어 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2008년부터 옥천군의 오지마을을 순회하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정사진을 제작해준 것이 올해로 5년째를 맞고 있다.

이들 봉사단이 현재까지 만든 영정사진만 45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봉사단원들의 영정사진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어려운 시간을 쪼개고 건강한 몸만 있다고 할 수 있는 봉사와는 차별화 된 사진에 관한 전문 지식과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화장, 의상 등의 사전 준비가 필수다.

용양원 노인에게 화장을 시켜주고있는 회원그만큼 돈과 노력이 들어가야 가능한 봉사활동이라는 설명이다.

이 봉사단은 회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족할만한 좋은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사비를 보태 의상과 화장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노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봉사단이지만 봉사 초기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어려움도 많았다.

장사꾼으로 오해를 받아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노인들로부터 차가운 눈총을 받기가 일쑤였다.

이 같은 오해 때문에 처음부터 봉사가 어려웠지만 이 봉사대의 적극적인 활동에 감동 받은 한 마을의 이장이 지역신문 독자란에 ‘감사 마음의 편지’를 올린 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이 소식을 들은 각 마을이장들이 직접 봉사대에 영정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은 인기가 좋아 예약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 봉사단은 옥천군자원봉사센터에 가입하면서 이·미용 봉사단 등 다른 봉사대와 함께 팀을 구성해 마을을 순회하며 여러 봉사를 한꺼번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도 내고 있다.

이 결과 봉사단의 회원들도 3명에서 회장을 포함 11명으로 늘어나 내실 있는 봉사활동이 가능해 졌다.

‘고운 영혼 봉사단’의 소식을 듣고 인근 영동·보은군에서도 사진작가협회와 연계해 영정사진 봉사단을 구성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

잇단 경기침체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농촌의 노인들에게 봉사단의 활동은 농민들의 경제 사정까지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사진관에서 촬영을 하면 3~4만원 정도 들어가지만 이들 봉사대에선 무료로 제작해 주기 때문이다.

만월리 노인들이 모여 기념촬영이런 이유에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노인들이 추가로 사진 촬영을 요구할 정도로 노인들에게 인기다.

영정사진을 촬영한 한 노인은 “영정사진을 자식들한테 만들어 달라는 것도 어렵고 직접 만들기는 저승길 준비 같아 서럽네요”라면서도 “고운 영혼 봉사단이 무료로 사진을 찍어 액자까지 만들어 주니 큰 시름을 덜게 돼 홀가분하다”고 반겼다.

노인들의 손과 발이 돼 영정사진을 직접 제작해주는 ‘고운 영혼 봉사단’이야말로 메말라가는 우리들 시골마을의 인정을 훈훈하게 데워주는 겨울철 사랑방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화로 같은 존재다.

노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고운 영혼 봉사단’이야 진정한 옥천군 지역 노인들에게 희망을 전파하는 희망 봉사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원명단

 

△홍기엽 △조정분 △김용현 △황동연 △황선건 △김신애 △최영묵 △최양묵 △이원자 △민외순 △유해진

 

 


홍기엽 옥천군 고운 영혼 봉사단장

“지금보다 더 많은 무료 영정사진을 찍을 것”

“아름다운 세상은 노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천군 노인들의 ‘희망 전도사’ 홍기엽(59·사진·☏010-8817-8201) 단장의 노인 공경에 대한 신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 단장은 지난 2008년 사진 동아리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봉사단을 만들어 무료 영정사진 찍어주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노인들의 오해받아 봉사활동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금은 최고의 봉사단으로 불리고 있다.

홍 단장은 “봉사 초장기에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기꾼으로 알고 말도 붙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봉사단의 진심이 알고 난 후부터는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노인분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약자를 돕고, 그들의 위해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고운 영혼 봉사단을 만들게 된 계기”라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마음의 닻을 내리지 않고 항해를 굳게 해온 것은 노인들의 해맑은 웃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노인들을 보았지만 앞으로도 찾는 분들이 더 많을 거 같다”며 “모든 회원들과 힘을 합쳐 지속적으로 이 봉사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봉사단은 우리가 끝이 아니다. 앞으로 젊은 회원들을 늘려가면서 봉사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봉사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겠다”고 웃음 지었다.
<옥천/박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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