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연숙 청주 율량 사천동 주민지원담당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제이슨 므라즈의 ‘아임유어즈’를 듣거나 가을 바람 아래 초조하게 서 있는 포장마차에서 정다운 이들과 주고받는 소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이 가을에 웬 전봇대인가 의문스러울 것이다.

길을 걷다가 주머니에 걸리적거리는 껌 종이나 휴지, 차에 뒹굴었던 쓰레기들을 가끔은 어디에 버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마 전봇대에 기대어 있는 쓰레기봉투의 입을 벌려 끼워 넣었을 것이니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전봇대와 상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전봇대 숫자보다 열배는 많은 전봇대에 기대고 있는 쓰레기봉투가 있다.

규격봉투, 재활용품, 불법 투기한 검은 봉투,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등을 2차선, 4차선, 6차선 넓고 좁은 도로에 상관없이 청주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쓰레기봉투의 거리 진출 역사는 오래되었다.

초등학교 때에 보았던 후진국적인 풍경이 지금에도 흔히 볼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늘어나 거의 불법 투기한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쓰레기불법투기 지역에 ‘작은 꽃밭’이다 ‘작은 공원’이다 해서 별별 묘안을 다 짜내어 투기를 근절해 보려고 노력해봤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더욱 기절할 일은 세워 놓은 스파트필름 인조 화분 위에 담배꽁초를 줄 세워 심어 놓고 간 ‘조경의 달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얼마전 일본의 아주 작은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도시의 구청을 방문하기 위해 10분 정도를 걸었는데 역시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수십번 했다.

작은 하천에서도 작은 휴지조각하나 뒹굴지 않았고 거리의 쓰레기, 전봇대 쓰레기, 담배꽁초는 고사하고 방금 물걸레질하고 간 것처럼 깨끗하기만 거리 환경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의 작은 도시를 보면서 청주도 깨끗해 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혼자 고민해 봤다.

자문을 구한 적이 없는 개인적인 생각인데 ‘몰래카메라’를 무한정 세워 놓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세금으로는 엄청난 기계값과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불법 투기한 분들에게 걷어 들인 과태료를 몽땅 ‘몰카’를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불법투기한 분들에게 과태료와 더불어 쓰레기를 청소하는 봉사활동까지 곁들이는 패널티를 주었으면 한다.

전봇대야 너는 서 있다는 죄 밖에 없다.

죄 없는 너를 뽑아 낼 수는 없으니 네 목 둘레에 ‘몰카’를 달아야 겠다.

아니 이젠 ‘몰카’가 아니라 정의로운 카메라 ‘정카’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도록 우릴 좀 도와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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