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69세의 남자. 67세에 평생을 몸바친 회사를 퇴직하고 이제 막 한가한 노년의 여유를 즐기려 할 무렵 죽음이 찾아온다.
많이 억울할 만한데, 정작 암 말기를 선고받은 당사자는 크게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그동안 살아온 방식대로 죽음을 맞을 순간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영화 엔딩노트는 이렇게 조금은 독특한 삶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한 남자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도 특별하다. 일본의 유명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밑에서 일해온 조감독 마미 스나다가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싶어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옆에서 이를 본 고레에다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영화화를 적극 지원했다.
스나다 도모아키 씨는 말기 암 선고를 받고서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엔딩노트(ending note)를 쓰기 시작한다.
이 엔딩노트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적는다.
우선 장례식을 치를 장소를 성당으로 정하고 신부님을 만나 평생 믿지 않았던 신을 믿어보자고 마음 먹는다.
성당에서 장례식을 하려는 건 가능한 한 간소하게 치르려는 것이다. 자신 탓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곤란하거나 번잡해지는 게 싫다는 게 스나다 씨 생각이다.
그 밖에도 엔딩노트에 적은 장례식 초청자 명단 작성’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 ‘장례식장 사전 답사’ ‘손녀들과 한 번 더 힘껏 놀기’ ‘아들에게 인수인계까지 그는 성실하게 이행한다. 감동과 위트가 함께 있는 영화다.
29일 개봉. 상영시간 90.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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