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 한국교통대학교수

사업을 하는 기업인들은 공직사회 부패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최근 부패방지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설문 결과에 주목할 만하다. 기업인 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들 40.1%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 중 36%공무원이 부패하다고 인식했다. 이 설문은 10 여년 째 조사해 오고 있는데 별반 나아진 게 없다.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의 핵심은 우리 주변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온정주의와 연고주의에 있다. 시쳇말로 그놈의 정 때문에란 말은 온정주의를 대변하는 속어다. 또 정치판에 떠도는 우리가 남이가란 말은 패거리 문화의 병폐를 보여 주는 의미다.

온정연고주의는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얽힌 한국적 반칙과 새치기생활에서도 잘 드러난다. 너나 할 것 없이 교통사고가 나면 잘잘못을 떠나 주변에 아는 경찰관을 찾느라고 동분서주하는 우리사회 아닌가.

또 주변에 누가 아프면 온갖 지인을 동원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입원실 새치기를 일삼지 않는가. 이 모두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상적인 부패행위들이다.

혹자는 이 순간에도 나라를 뒤흔드는 온갖 대형 부패가 매스컴을 도배할 정도인데 이같이 잣다른 부패를 갖고 야단법석을 떤다고 할 지 모른다. 그건 그렇지 않다. 큰 부패행위든 작은 부패행위든 엄정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주변의 작은 부패들이 큰 부패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식속에 작은 부패로 볼지 모르는 바늘도둑같은 사례를 보자.

한 고궁의 의장행렬에서 의장대원 보초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대학생은 행사 운영재단 직원이 아르바이트생 채용인원과 근무상황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이 신고로 재단직원이 편취한 410만원이 환수됐고 신고학생은 포상금을 받았다.

‘oo걷기대회의 주최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회 광고비를 교묘하게 중복해 받는 방법으로 정부지원금을 횡령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대회 참가자가 신고해 수년간 보조금 중단과 지원비 환수조치가 떨어졌다. 심지어 어느 기초지자체 간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아들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상품을 소속 공무원들이 많이 팔아달라고 압력성 글을 인트라넷에 노골적으로 게시해 상급기관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청렴 선진국들은 어떤가. 위와 같은 사례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세계적으로 청렴 선진국으로 존경받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와 같은 부패라면 대형사고로, 엄청난 벌을 받는다. 편취금액 환수는 당연하고 모두 형사처벌이다.

우리는 기업인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우리사회가 부패하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화를 안고 있다.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작은 부패행위도 우리 생활에서 배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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