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불교계에 상당히 의미 있는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단을 뒤흔든 도박 파문은 여전히 뼈아프지만, 무엇보다 유독 올해 탄신·열반 100주년을 맞은 선승(禪僧)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근·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성철(性徹·1912~1993) 스님과 서옹(西翁·1912~2003) 스님, 경허(鏡虛·1849~1912) 스님이 바로 그들이다.

불교계는 이들 큰스님의 탄신·열반 100주년을 맞아 각종 세미나와 전시회 등을 추진하며 기념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조계종의 초석을 다진 성철 스님의 경우 생전 설립한 백련불교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한 추모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퇴옹성철과 현대한국불교를 주제로 네 차례 학술포럼을 연 데 이어 올해는 성철 스님 사상의 본질인 돈오돈수와 한국 불교의 수행법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오는 29~30일에는 동국대에서 세계적인 남방불교 연구자 피터 스킬링 등이 참여하는 불교의 명상-고대 인도에서 현대 아시아까지주제 국제학술포럼도 열린다.

열반 20주기이기도 한 내년에는 퇴옹성철과 한국불교의 미래를 주제로 학술포럼이 마련된다. 김양동 화백의 특별 초대전도 열려 성철 스님 관련 회화 서예 작품 50여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조계종 5대 종정과 전남 장성 백양사 방장을 지낸 서옹 스님의 경우 같은 해에 태어난 성철 스님보다 조금 늦게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백양사는 그동안 교계 안팎으로 물의를 빚은 도박 파문과 재정 횡령 의혹 등을 수습하고 서옹 스님이 생전 주창한 참사람 운동을 본격 추진하며 정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오는 23일 원로의원과 각 교구본사 주지, 신도 등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사법회를 열고 서옹 스님의 유지를 받들고 실천하는 참사람 운동본부’(가칭)를 출범시킨다.

근대 한국 선() 불교의 중흥조로 불리는 경허 스님의 열반 100주년을 기리는 행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경허 스님의 주색(酒色) 문제를 다룬 계간지 불교평론의 폐간 결정 여파로 잠정 연기됐던 학술 세미나는 오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다. 당초 예정보다 발제자가 2명 줄어들었지만 현대문제와 경허의 사상’ ‘경허의 법맥과 그 계승’ ‘경허의 간화선과 수행관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수덕사에서 내년 4월께 23일 국제 선수행법회, 불교와 선을 주제로 하는 문화제 등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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