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원 진천우체국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아버지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우면서 최정점 위치를 지칭하고 만인이 우러러 존중하는 호칭이다.

어머니라는 칭호는 내포하는 의미가 다양하면서 넓고도 크고 깊으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관점에서 모든 사물의 시원을 나타내는 반면 아버지는 최고의 위치와 권위를 상징한다.

오랜 세월 속에 우리들 가슴속에 새겨진 어미니 상은 자애롭고 너그러우며 부드러움을 상징한다면 아버지는 엄하면서 강하고 태산같이 높으며 가정의 중심적인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부계사회에서의 아버지는 자신의 대를 이어갈 자식들에게 엄격한 훈육 담당자로서 역할도 하여야 하였기에 엄한 아버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점차 시대의 변천에 따라 엄한아버지또는 권위적 아버지상 보다는 친구 같은 아버지상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어찌보면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솔직하고 살갑게 표현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의 선친께서는 시골에서 3남매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나 슬하에 8남매를 두었는데 농사를 기본으로 하면서 우시장(牛市場)에 다니며 자식들을 길렀다.

어릴 적에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은 올곧은 성품으로 매일같이 이리저리 인근 5일장에 다니면서 생계를 꾸리고 자식들에게는 항시 공부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였다.

그 시절에는 으레 자식들이 농사일을 같이 하여야 했으므로 위에 형님들은 공부보다 일이 먼저였으나 외교관 하는 막내와 필자는 공부를 우선토록하여 당시는 좋아 하였으나 평생 형님들과 누님께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어머니와 함께 성실과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시며 자식들을 가르치셨고 우시장에 다닐 때는 매일 밤길 60리는 일상(日常)이었으니 가히 그 고생과 생사를 넘나든 삶을 짐작할 수 있기에 부모님 생각하면 항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식들에게 전설처럼 들려주신 이야기 중 장마 때 홍수에 떠내려가다 돈다발을 잃고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난 일이며, 밤에 산에서 짐승 만나 놀라고 생사의 기로에 서기도 하였다는 일화(逸話)는 후손들에게 삶의 지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아버지 세대는 가장 불행하고 고생을 많이 한 시대로 오늘날 우리가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하게 한 주역(主役)들이다.

일제시대 태어나 전쟁을 겪고 산업화시대를 맞아 그야말로 허리띠 졸라매고 보릿고개를 넘으며 자식들을 위해 일방적 희생만한 세대들이다.

재산을 증식하느라 고생만 하였지 써보지 못해서 쓸 줄도 모르고 평생토록 자식들 뒷바라지에 맛있는 음식이며 따뜻하고 고운 옷 한 벌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비련(悲戀)의 주인공들이다.

아버지란 이름은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깨가 무거우면서 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인생을 여유롭게 즐기기에는 버겁다는 생각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라 본다.

더군다나 요즘의 아버지들은 예전처럼 전통적인 권위마저 떨어지고 아예 존재감마저 상실되었다고 하니 아버지 역할이 더욱 쉽지않아 보인다.

현시대의 아버지들은 자칫 잘못하면은 자식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가족모두로부터 요즘 말로 왕따 당하는 현실에서 외롭게 살아가야할 숙명을 안고 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미처 몰랐으나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고 아버지 노릇의 어려움을 차츰 깨닫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침은 불효자의 참회(慙悔) 눈물로 비춰진다.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아버지 세대의 어려움도 있고 현시대 아버지들의 고충도 있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은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아버지로서 역할과 사명이 있으니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길을 도도히 가야 가정과 인류에 번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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