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마비 애완견이 후각신경 세포 주입 치료를 받아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최근 의학전문 잡지 브레인에 발표된 이 같은 연구는 척수마비 환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연구소의 로빈 프랭클린 교수팀이 척수를 다쳐 후반신이 마비된 애완견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치료는 애완견들의 손상된 척수에 줄기세포 대신 후각 기관에서 채취해 배양한 성체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손상된 신경조직 재생에 일부 성체 세포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시도였다.

연구팀은 척수마비 애완견 34마리 중 3분의 2에는 코에서 떼어 배양한 신경세포를 주입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허위 치료제를 주입한 뒤 경과를 관찰했다.

6개월 후 신경세포 주입 치료 그룹 애완견들에게서는 마비된 뒷다리의 운동 기능이 회복되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2008년 허리를 다쳐 후반신이 마비된 10살짜리 닥스훈트종 재스퍼는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해졌다.

프랭클린 교수는 "이번 치료로 재스퍼는 네 발로 걸을 수 있게 됐다"며 "걸음걸이가 완벽하지 않고, 배설 기능에도 문제가 있지만 호전된 점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치료법이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치료로 척수의 신경체계가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만, 뇌에서 다리에 이르는 신경 소통이 완전히 재건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직립 보행하는 인간의 척수 신경은 뇌 신경과 더 밀접히 연결돼 있어 애완견만큼 치료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교수는 "완치를 거론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지만 이런 방법은 투약 및 화학요법과 병행한 치료법으로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라이스맨 UCL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척수마비 치료 연구를 위한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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